구약 성서 창세기 25장에 보면 야곱이 에서에게 팥죽 한 그릇을 주고 그의 장자권을 가로채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형은 에서이고 동생은 야곱이었다. 남성적이고 사냥을 좋아하는 마초 맨 형 에서에 비해 동생 야곱은 여성적이고 엄마 치마폭에 매달려서 사는 마마보이였다. 그런 야곱이 엄마와 공모하여 형을 밀어내고 아버지 이삭으로 부터 장자의 권리와 축복을 형으로 빼앗는 음모를 꾸민다. 어느 날 에서는 사냥에서 지치고 너무 허기져 돌아왔는데 야곱은 미리 끓여놓은 팥죽 한 그릇을 주는 댓가로 장자권을 넘겨 달라고 한다. 에서는 배고픈 나머지 아무 생각 없이 그러라고 하고는 팥죽을 먹는다. 그 후 야곱은 형이 없는 틈을 타 에서처럼 꾸며 앞을 잘 못 보는 아버지에게서 형에게 돌아갈 모든 축복을 가로챈다. 그리고는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하여 거기서 라반의 작은 딸 라헬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외삼촌한테 속아 21년이란 긴 세월동안을 일해주고 나서야 언니 레아와 함께 동생 라헬 모두를 아내로 얻은 후 그 동안 불린 많은 재산을 갖고 형에게로 돌아와 용서를 받는다. 40여 년 전인가. 영화 '왕과 나'가 있었다. 과학을 존중하고 외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드리기 위해 애쓰는 샴국의 왕과 영국으로부터 초빙되어 온 왕가의 영어 가정교사와의 이야기다. 어느 한 새벽에 왕은 여선생을 부른다. 그리곤 성서를 들이대곤 모세는 참으로 어리석고 비과학적인 인물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어떻게 이 세상을 엿새 만에 창조했다고 믿고 성서를 그렇게 기록했냐는 것이었다. 선생은 왕께 대답한다."폐하, 성서는 과학자의 마음으로 써진 책이 아니라 신앙의 눈으로 쓰인 책입니다." 성서는 과학이나 역사의 시각으로 써진 것이 아니라 신앙의 면으로 쓰여 진 것이므로 우리의 제한된 지식으로 해석을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신앙의 책을 분석하기는 어렵겠지만 조지아 의과대학의 성서를 연구하는 한 내과교수가 성서의 많은 인물에 대해 진단과 평가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에서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분석은 당시 장자권은 생명만큼이나 중요 한 것이었는데 에서는 어찌하여 팥죽 한 그릇에 그리 쉽게도 그의 권리를 포기하였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에서는 '내가 죽는 마당에'라며 야곱으로부터 팥죽 한 그릇을 얻어 마시자마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죽을 듯이 쓰러질 지경에 이른 그가 먹은 당분 섭취에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는 점 외에 다른 여러 구절들을 종합한 결과 에서는 저혈당 당뇨병이었을 거라고 진단했다. 인간의 현대적 질병도 이미 오래 전 시작됐음이다. 성서에 의하면 노아의 홍수 이전에 인간은 상당한 장수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추악한 탐욕 때문에 모든 하늘의 창이 열려 물이 쏟아지고 삼백여 일의 대홍수가 나서 지상의 모든 것은 멸하여지는 벌을 받고 그 때 부터 인간의 수명은 120살로 한정 지워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는 잘못된 생활버릇과 그릇된 섭생관습으로 그나마도 다 누리지를 못하고 있음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