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 후보로 소문났던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의 기적적인 감동 스토리에 전 세계 축구팬이 흥분하고 있다. '흙수저'클럽 레스터 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며 거짓말 같은 동화를 만들어낸 일이다. 인구 30 만여 명의 조그마한 소도시 레스터 시티 지역 연고팀으로 창단 이래 하위에서만 전전했던 팀이었다. 4년 동안 단 한 차례도 1군에 기용되지 못해 퇴출된 선수나 공장에서 일하면서 1경기당 불과 40 여 달러를 받고 뛰던 선수 등 주전멤버 11명 몸값이 유명 수퍼스타 한 명의 몸값에도 못 미쳤다. 게다가 지난 해 이탈리아 출신 라니에리 감독이 이 팀의 사령탑에 선임되자 '우승과 거리가 먼 감독'이라든가 '루저'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스포츠 도박사들은 우승 확률을 5000 대 1 로 보았다. 우승한다는 게 거의 로또 당첨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헌데 그런 레스터 시티가 맨시티, 아스날, 맨유, 리버풀, 첼시 등 '빅5'나 토트넘 핫스퍼 같은 신흥 강호를 넘어 우승컵을 들어 올리자 '꼴찌 중 꼴찌의 반란'이라고 난리다. 이런 레스터 시티의 기적 같은 우승이 하도 믿기지 않다 보니 신비로운 이야기들까지 퍼졌다. 그 중 하나가 1485년 장미전쟁의 와중에서 전사한 리처드 3세 덕분이란 얘기다. 리처드 3세는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으로 우리에겐 셰익스피어의 작품 등에서 형과 조카를 살해한 포악한 왕 또는 꼽추왕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485년 장미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패하며 전사했다. 그 후 레스터 시 수도원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도원이 파괴되면서 무덤의 행방을 530년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2년 레스터 시의 한 주차장에서 유골이 우연히 발견됐는데 DNA 검사를 해보니 리처드 3세였다.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룬 후 레스터 성당에 묻고 리처드 3세의 후손인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추모시를 낭송했다. 그러자 이 때부터 우연인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레스터 시티가 7승1무1패의 성적으로 1부 리그에 올랐고 올 시즌 우승을 확정지을 때까지 45전29승의 경이로운 성적을 거뒀다. 사람들은 구천을 헤매던 리처드 3세의 영혼이 안식처를 찾아준 레스터 시민들을 위해 우승컵을 안겨줬다고 이야기 한다. 이를 두고 LA타임즈가 "530년 만에 잠든 리처드 3세가 국왕의 기운을 전해줬다"고 하는 등 많은 언론과 유명인사의 극찬이 쏟아졌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레스터 시티 성공 신화에서 땀과 눈물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공을 차고, 잠을 자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었다던 선수에게 감독이 슈팅훈련 금지령까지 내릴 정도였다니 눈물겨운 흙수저들의 반란 그리고 루저의 역전이 어찌 그냥 일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승리 후 라니에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모든 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바는 축구에서건, 삶의 모든 영역에서건 스스로를 믿고, 시도해보라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