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 기도부터 하는 사람, 커피 한잔 마시는 사람, 혹은 담배부터 한대 무는 사람 등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하루 시작뿐만 아니라 누구나 습관은 갖고 있다. 좋은 습관일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게다. 습관은 어찌 보면 일종의 중독성이랄 수도 있다. 고치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보통 중독이라고 하면 약물을 떠올린다. 내 환자들 중에서도 치료와 더불어 반드시 약이 필요한 것이 아닌 데도 처방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강한 진통제 안에는 마약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약을 복용하면 묘한 기분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즐기고 싶어 그럴 게다. 허나 중독은 약물뿐만이 아니다. 오래 전 후배 병원에 방문 차 들렀다가 잠깐 기다리는 동안에 본 잡지에 화이트맨이라는 작가가 쓴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왜 지적인 여자가 폭력적인 남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능력 있는 여자가 무능력한 남자에게서 헤어나질 못하는가?'하는 등의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답을 제시한 글이었다. 마침 그 때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화제가 되면서 힐러리가 화를 참으며 살아가는 이유가 그에 대한 강한 중독으로 빠져있어서 그럴 것이라는 기사들이 여기저기 나왔을 때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랑에 중독되어 매여 있는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거였다. 이를테면 사랑 중독이란 말이다. 그러면서 누군가 쇼핑을 하다 그 자리에서 죽으면 행복할 것 같다던 말이 떠올랐다. 이쯤 되면 쇼핑 중독자일 게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겠다고 수긍이 간 것은 사람은 누구나 어느 한 가지에 대한 중독증이 있을 것이고 이것이 곧 그의 삶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서다. 죽을 만큼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깊이 빠졌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하지만 중독에는 목숨을 걸만큼 매혹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랑하는 이들까지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무서움도 감춰져 있기에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중독이 반드시 다 나쁜 것만은 아닐 게다. 드라마 '허 준'에서처럼 극약처방은 독이 반대로 해독작용도 하는 또 다른 이면을 갖고 있다는 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인생이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다'라는 수학 공식의 셈보다 정답 찾기가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말함이다. 사랑의 방정식 또한 이와 같아서 '하나 더하기 하나'가 제로도 되고 열도 될 수 있으니 무엇에 중독되어 사는가 하는 것에 따라 그 중독증이 병을 줄 수 있지만 삶의 힘도 되어주니 정말 병 주고 약 주기가 아닌가? 마치 산을 끔찍이 좋아했던 사람은 그 산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영예롭게 여기는가 하면 술이나 담배를 좋아했던 이들이 그것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헤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데도 그 즐김의 대가에 대한 경고를 못들은 척 하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이 아닐는지. 그렇지만 유혹에 빠져 스스로 갇히는 파멸의 중독보다는 기왕이면 더불어 사는 사람들끼리 베풀고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랑에 중독된다면 어지러운 사회를 해독시키는 귀한 약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문득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미천한 감정을 일으키는 음악을 들은 사람은 그 성격도 미천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