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때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독일군이 진주한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위급한 상황에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마을을 지켜야 할지 몰라 갑자기 술렁이고 패닉에 빠졌다.
그것은 점령군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포도주 때문이었다. 독일군이 들어오면 틀림없이 그들의 생계 수단인 백만 병이 넘는 포도주를 모조리 빼앗아 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침 시청 회의실에는 마을의원들이 무솔리니 정권이 무너지면서 물러난 시장 후임으로 누구를 새로 뽑아야할지 골몰하던 중이었다. 별다른 대책이 없던 그들은 엉뚱하게도 보잘 것 없는 술주정뱅이를 시장으로 내세운다. 술 마시는 거 외엔 배운 거라곤 별로 없는 그는 항상 취해 사는 무능한 공처가로 허구한 날 마누라에게 무시당하고 걷어채이기 일상이었지만 교활하고 잔꾀도 많은 자였다.
그런 형편없는 자가 얼떨결에 시장이 되었으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완장차고 으쓱하는 기분에 들떠 술병을 들고 마을을 돌면서 취해 떠들던 그는 불현듯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마키아벨리를 떠올린다.
그리곤 그의 군주론을 읽고, 읽고 또 읽다가 한 구절을 발견하고 신주 모시듯 한다.'신의를 지키는 것이 공동의 이익과 위배될 경우 군주는 결코 신의를 지키면 안 된다'는 구절이었다. 그는 이 말을 '내 개인의 신의 보다는 내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할 행동을 결심한다.
이제 마을사람들은 그에게 포도주를 어떻게 할 거냐고 다그쳐 묻는다. 얼떨결에 그는 동굴 속에 감추자고 말한다. 별 뾰족한 방법이 없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포도주 백만 병을 감추는 작업을 시작한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포도주 창고로부터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동굴 속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수십 갈래로 나란히 줄을 서 손에서 손으로 병을 나른다. 드디어 30만병만을 남겨놓고 100만병 모두를 감춘 후 벽을 막고 위장한다. 드디어 포도주 몰수를 위해 독일군이 들이닥친다. 그러나 마을에 들어온 독일군 인솔 장교는 히죽히죽 웃어가며 비굴할 정도로 친절하고 유들유들한 주정뱅이 시장에 속아서 30만병만 있다는 말을 믿는다.
헌데 이상한 것은 30만병을 모두 빼앗기면서도 마을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퇴각 시간에 임박해서야 무언가 낌새를 알아차린 장교는 마을광장에서 시장에게 총을 겨누고 사람들을 협박하지만 마을사람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침묵한다. 결국 이들에게 지친 독일장교는 퇴각한다.
독일군이 떠나간 후 마을사람들은 하나로 뭉쳐 해 냈다는 자긍심으로 축제를 즐긴다.
그들은 그들의 지도자가 말만 앞세운 별난 사람이 아니라 애초부터 자신들 중의 하나였고 자신들과 같이 한다는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거대한 무력 앞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정치인들이나 지도자란 인물들은 어떠한가? 모자라고 볼품없는 주정뱅이마저도 알고 있는 공동의 이익이 무엇인지, 공동의 선(善)이 무엇인지를 의식하고 있기는 할까?
2016-12-1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