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치과의
프랑스 파리가 죄와 전쟁 중이라고 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내 공원에는 대낮에도 쥐들이 잔디밭 위로 달려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밤에는 쥐들이 떼를 지어 이동할 정도라니 그 끔찍하기가 상상이 간다. 시민과 관광객이 음식물을 함부로 버려 그렇게 됐다 한다.
프랑스는 요리가 세계적이다. 해서 수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귀여운 쥐가 요리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도 프랑스에서 나왔다. 그런 프랑스가 음식물로 곤혹을 치른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일반적으로 보기만 해도 징그럽고 혐오스런 쥐의 떠오르는 이미지는 배신이나 기회주의 같이 부정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편견을 날려버리게 해주는 쥐의 또 다른 면도 적지 않다. 미키마우스 같은 멋쟁이가 그렇다. 수줍음 많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오케스트라도 지휘하는 열정도 보여주는 점잖은 신사 말이다.
또한 쥐는 사주에서 자천귀(子天貴)라 하여 귀하게 태어남을 말하고 다산과 풍요의 덕을 갖고 있다 했다. 그런가 하면 쥐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수염도 있다. 아주 귀해서 쥐의 수염을 모아 만든 서수필(鼠鬚筆)은 인기가 그야말로 짱이다. 이렇듯 세상사엔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는 법. 창조주가 만드신 것에는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들뿐인가? 항상 심술 고약한 고양이 톰에게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굽히지 않고 고양이에게도 감히 대들고 골탕 먹이기도 하는 생쥐 제리도 있다.
톰과 제리는 얼마 전 한국에서 누군가 내뱉었듯 개돼지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정겨운 친구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대립하는 인간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재벌 회장님이 부도를 내고 감옥에 들어왔다. 절도 전과가 화려한 고참 죄수가 묻는다. "회장님, 쥐란 놈들이 어떻게 계란을 훔치는지 아십니까?"회장님이 알 턱이 있겠나.
고참이 설명한다. "한 놈이 바닥에 벌러덩 들어 눕습니다. 그리고는 네발로 알을 살포시 껴안지요. 그러면 다른 한 놈이 그 녀석의 꼬랑지를 물고 끌고 갑니다. 같이 해먹는 겁니다. 인간도 쥐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고참 죄수가 말한 '알을 품은 쥐와 나르는 쥐'의 공모는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들은 고양이 톰과 똑같이 거짓과 불법으로 약자를 속이고 자기 배불리기에 바쁜 이 사회의 자투리 인간들인 거다. 해서 로버트 설리번은 이런 무리들을 가리켜 '부정과 횡포가 판치는 시대에 인간의 거울과도 같은 종자들'이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같이 손에 잡던 컴퓨터 마우스도 바로 그 밑바닥에 동그란 알을 품고 굴리고 있는 쥐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 그 마우스의 한쪽 꼬리를 잡고 무엇을 옮겨 나르고 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 알이 공범자와 함께 남의 것을 빼앗아 훔쳐 나르고 있는지 아니면 동료와 합심하여 공동의 선을 이루는 일을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 마우스가 내 손안에 있기 때문이다.
2017-03-2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