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핑루는 1930년대 일본이 상하이를 점령했을 당시 일본 외교관들을 상대해 고급정보를 수집해온 스파이였다. 그러다가 친일 괴뢰 정부 정보기관 책임자에게 접근해 암살하려다 적발돼 처형됐다.
그러나 그 후예들은 아직도 살아 움직여 최근 들어서도 중국주재 외국외교관들이 중국정보기관의 미인계에 당하는 사건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곤 한다. 가장 최근 충격적인 사례로 게리 로크 전 주중 미 대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최초 주중 미국 대사였던 로크는 화교 3세로 미 하원의원, 상무장관, 워싱턴 주지사 등을 역임하는 등 중국계 미국인들 중에서 가장 잘나가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2013년 갑자기 사임하고 미국으로 돌아와 부인과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인계에 연루됐다는 소문이다.
조금 양상은 다르지만 러시아의 미인계는 '콤프로마트'라고 하는 공작이다. 호텔에 도청장치나 몰래 카메라 등을 설치하고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매춘부 등과 관계갖는 장면을 촬영해 이를 통해 협박하거나 회유 또는 매수하는 식이다.
옛 소련 시절에는 주로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었는데 특히 과거 KGB 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의 솜씨가 탁월하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콤프로마트 공작은 1997년 스쿠라토프 러시아 연방 검찰총장의 섹스 스캔들이다. 스쿠라토프 총장은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 부패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당시 러시아 관영 방송은 '침대 속의 3명'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를 공개했다. 한 남성과 2명의 여성이 침대에 같이 있는 장면이었다. 이 때 그 남성이 스쿠라토프라고 확인해준 사람이 당시 연방보안국장(FSB)이었던 푸틴이었다. 이 일로 스쿠라토프는 사임했고, 부패 사건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옐친은 푸틴을 총리로 승진시켰고 이후 옐친의 뒤를 이어 최고권력자로 부상했다.
헌데 근래에는 외국 인사들을 상대로 자행하는데 미국 정보기관들도 가장 두려워할 정도다. 러시아 크렘린궁 근처에는 스탈린 시절 설립된 국영호텔이 있다. 객실마다 도청 장치와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정보기관이 관리하는 호텔 종업원과 매춘여성을 이용해서 외국 방문객들을 유인하고는 매춘 장면을 녹화한다.
이 호텔은 지금 리츠칼튼 호텔로 바뀌었는데 지난 2013년 트럼프가 모스크바에서 섹스 파티를 했다는 정보 보도가 나온 곳이 바로 이 호텔이다. 아직 진실 여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는 이른바 '트럼프 X파일'사건이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그 진위 판단을 유보하긴 했지만, 미확인 정보들이 미국과 영국 등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급속히 불거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도 콤프로마트에 걸려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거다.
지금 미국은 러시아 스캔들을 놓고 제임스 코미 전 FBI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진실 공방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를 보고 있는 푸틴의 마음이 궁금하다.
2017-06-1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