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숙종 때 "미나리는 사철이고 장다리는 한 철이라~"는 노래가 민간에 유행했다.
미나리는 인현왕후 민 씨를 뜻하고, 장다리는 희빈 장 씨를 뜻하는 것으로 민 씨는 비록 쫓겨나고 장 씨가 왕비가 되었지만 민 씨가 다시 복위할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노래였다.
이 같이 민심을 이용해 바라는 바를 얻어내는 노래를 '참요(讖謠)'라 한다.
그러고 보면 참요의 역사는 참으로 길다. 백제 무왕은 어릴 때 서동이라 불렸다.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사모하게 되어 중으로 변장을 하고는 신라 서라벌에 몰래 들어가 마(薯)를 가지고 성 안의 아이들에게 선심을 쓰며 노래를 지어 부르게 하였다. '선화공주님은 밤마다 몰래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이 노래가 대궐 안에까지 퍼지자 왕은 마침내 공주를 귀양 보내게 되었다. 이 때 서동이 길목에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백제로 돌아가서 그는 임금이 되고 선화는 왕비가 되었다. 신라 향가 서동요다. 지어낸 얘기라 해도 이 정도의 참요는 그래도 봐 줄만하다.
조선 중종은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이 되었다. 허나 기득권층과 공신들 간에 권력 암투가 심각해 정국이 어지러웠다. 이 때 새로운 세력인 신진사대부가 나타났는데 조광조가 그 중심이었다. 위기를 느낀 기득권 세력은 나뭇잎에 꿀을 발라 글을 써 개미가 갉아 먹게 했다. 나타난 글자는 주초위왕(走肖爲王)이었다. 走와 肖를 합한 조(趙) 씨가 왕이 된다는 예언인 셈이다. 이 모함으로 조광조는 참형을 당했다. 이는 참요가 정적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례다.
이처럼 참요는 주로 시대상이나 정치적 징후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도 일어난 것처럼 지어낸다는 점에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 찌라시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각종 음해와 마녀사냥도 일종의 참요라 할 수 있겠다. 그 파급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한번 걸리면 낚시 바늘에 꿰인 물고기 마냥 처절하다. 전후 사정 알아볼 틈도 없다. 설혹 나중에 진실이 밝혀진다 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신상은 갈라지고 해질 대로 해진 다음이다. 그리곤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근래 한국에선 버스에서 먼저 내린 딸과 미처 못 내린 엄마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문을 닫고 떠났다는 버스 기사에 대한 보도를 누군가가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언론은 언론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동조하며 악담을 퍼붓고 매도하는 군중집단의 온라인 폭력적 공격이 벌어졌다.
자세한 상황은 제처 놓고 올린 잘못된 정보도 그렇지만 사실 확인도 하기 전에 그대로 믿고 무작정 덤벼드는 삐뚤어진 군중심리 때문이었다. 한 두 사람의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벌어진 사안은 또 다시 순식간에 가해자와 희생자가 뒤바뀌고 그러면 다시 악의의 댓글이 따르고 비난과 신상 털기로 씻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까지 이르게 했다.
삐뚤어진 군중심리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다는 익명성으로 숨어서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비겁한 무리의 특징이다. 그리고 군중심리는 강한 전염성을 가지고 유행을 일으키는 최면술도 갖고 있다.
히틀러를 보라. 독일 국민을 속이고 감동시켜 수백만의 유태인들을 학살시키지 않았던가.
영어로 군중을 'crowd'라고도 하지만 'mob'이라고 하면 폭력적이거나 말썽을 일으키는 '떼거리'가 된다. 'mob'이 'mobile'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니 오늘날 모바일 폰이 참요의 근거가 될 줄이야!
2017-09-2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