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인류 역사상 광활한 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칭기즈칸은 사냥을 나갈 때마다 매를 데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는 매를 끔찍하게 생각해 친구처럼 여기며 길렀습니다. 하루는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려 하는데 난데없이 매가 자신의 손을 쳐서 잔을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었습니다. 물을 받아 마시려 할 때마다 매는 계속해서 마시지 못하게 했습니다. 칭기즈칸은 몹시 화가 나서 칼을 휘둘러서 매를 베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죽은 매를 치우면서 순간적으로 바위 위를 쳐다보니 죽은 독사가 샘물 안에서 썩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그대로 물을 마셨더라면 그곳에서 즉사할 수도 있었기에 매는 물을 마시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엎어 버렸던 것입니다. 칭기즈칸은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고 매를 베어버린 사실에 대해 몹시 후회했습니다. 막사로 돌아온 그는 금으로 매의 형상을 뜨게 한 다음 매의 양쪽 날개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새겨 넣었습니다. "분노로 한 일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벗은 여전히 벗이다."
화가 날 때에는 조급하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침착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살다보면 조급한 판단으로 인해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이웃이 선의를 베풀 때 잘못 판단하면서 이를 정죄한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당장 감정을 거슬린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배려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범하는 많은 실수들이 조급함을 통해서 저질러지기 때문입니다.
2017-10-12 02:2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