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치과의
동양에서는 흔히 8괘, 8등신 미인, 8자, 팔방미인 등 8에 관한 말이 많다. 헌데 8자를 가로로 나누면 0 이 된다. 이는 타고난 팔자란 없다는 말일 터. 이번엔 8자를 세로로 나눠보자. 그러면 3이 된다. 누구에게나 3번의 기회는 온다는 뜻이 아닐까? 그럼 8자를 옆으로 누이면? ∞(무한대). 성공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말일 게다.
그래서 8자에 의미를 더 두는 걸까? 특히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8 이다. 8의 발음이 '재산을 모은다'라고 할 때 말하는'파차이(發財)'와 유사해서다.
마찬가지로 168도 좋아한다. 168(이리우빠)는 '일생에 계속 돈을 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해서 베이징 올림픽도 2008년 8월8일 저녁 8시8분에 시작할 정도였다.
한국인에게도 8자와 관련된 말이 있다. 흔히 말하는 것이 '쌍팔년도'와 '58 개띠'다. '쌍팔년도'는 왕년의 전성기를 은연 중 나타내는 말인데 얼핏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을 연상하기 쉽지만 실은 1955년이다. 그 해가 단기 4288년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입에 오르내리는 또 다른 말이 '58년 개띠'다. '57년 닭띠'라든가 '59년 돼지띠'라고는 말하지 않는 데 왜 유독 '58 개띠'만은 그렇게 말하는 걸까? 그것은 무엇보다 그들의 삶이 오욕과 비루함을 견디며 살아온 한국 현대사와 너무나도 닮아서 일게다.
'58 개띠'들은 베이비붐의 정점에 태어나 어려서는 궁핍한 보릿고개를 시작으로 초등학교를 2-3부제로 다녀야 했고 중-고등학교는 평준화라는 미명아래 추첨으로 진학한 일명 '뺑뺑이 1세대'였다. 대학시절엔 민주화운동을 주도했고 사회에 나와선 IMF 외환위기로 '사오정(45세 정년)'과 '삼팔선(38세 퇴직)'의 희생자가 되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른바 ‘발발이 근성’으로 그 어느 세대보다도 더 치열한 삶을 살면서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내는데 주역을 맡았다. 그러나 이제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안한 노후로 인생 2막을 준비 없이 맞이하는 첫 세대가 된 거다.
그런 이들이 환갑을 맞이하는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60간지의 10간 가운데 무(戊)는 황금색, 12지 가운데 술(戌)은 개를 뜻하니 '황금개띠의 해'라고 한다.
개는 인간에게 충성하는 대표적 동물로 으뜸이다. 해서 개가 인간에게 도움을 주거나 은혜를 갚았다는 의견설화나, 의구총(개무덤), 의견비(개비석) 등이 있다. 심지어 개는 동물 중 유일하게 작위가 붙어 견공(犬公)이라고까지 불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흔히 개를 주로 좋지 못한 비유에 쓴다. 각종 욕설이나 비하의 상징으로 동원해 말하기를 '개'살구가 그렇고 '개'판이 그러하며'개'수작 등이 그렇다. 다행히도 개나리만은 예외로 예쁜 꽃나무 이름이다.
하지만 이나마도 힘없는 민중들에겐 큰 힘이 되는 욕설이 되기도 한다. 거드름 피우고 온갖 갑질하는 귀하신 '나으리'관료들에게'나리, 나리, 개~나리'라고 욕할 수 있으니까.
가람 이병기 시인은 '때론 사람이 개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문구를 서재에 걸어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인간들이 욕하듯 개들은 저들사이에서 '사람새끼'라고 한다는 말이 그저 지어낸 말은 아니었나 보다.
황금 개띠들이여 올 한해 파이팅!
2018-01-0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