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3대 욕구'는 식욕, 성욕 그리고 수면욕이라고 한다. 하지만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해야 한다. 이 모두가 가장 기본적인 삶의 부분임에도 이 중 대소변을 보는 행위는 특히 다른 것에 비해 감추고 싶어 하는 지극히 거북하고 민망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그런가? 은밀한 일을 보는 이 조그만 공간을 두고 일컫는 말도 뒷간, 정낭, 통싯간, 변소, 측간, 해우소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이는'해우소'같이 근심을 푸는 곳이며,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라는 다소 철학적이랄까 종교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만큼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게다. 이토록 인간은 화장실을 터부시하지만 결국은 그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해서 어떤 작가는 변기에 앉아 배설할 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지만 어느 신앙인은 배설을 잘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청결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 존엄성의 기본 권리다. 그럼에도 화장실이 없어서 냇가나 숲 속에서 볼일을 보는 전 세계 인구가 9억 명에나 달한다. G2를 과시하는 중국조차 대도시 공원에는 천장이 없고 칸막이만 설치된 화장실이 드물지 않고 비가 오면 우산 쓰고 볼일을 볼 정도라 한다. 인도는 13억 인구 중 5억 명 이상이 화장실 없는 집에서 살고 야외에서 볼일을 보는 전 세계 9억 명 중 60%가 인도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헌데 그런 인도가 기원전 2500년 이미 좌변기를 처음 사용한 나라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일찍이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인간의 역사는 곧 화장실의 역사'라고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인류학자들은 유적을 발굴할 때 수세식 화장실의 유무로 문명의 발달 척도를 가늠한다. 그러고 보면 공중목욕탕과 화장실이 많았던 로마나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한 흔적을 남긴 통일신라가 선진 문명국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이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얼마나 될까? 평균 잡아 인생의 일 년 남짓한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한 뼘 남짓한 공간 안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30%는 신문을 읽고 6%는 우편물을 읽으며 5%는 전화를 하고 2%는 낱말 맞추기를 한다는 데이터가 있다.
왜 별안간 화장실 이야기냐고?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중남미 일부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가리켜 '똥통(shithole)'이라고 막말을 해 큰 파문을 일으켜서다. 세계 각국 언론들은 이 욕설을 어떻게 번역할지 난처해 나름대로 우회적으로 순화된 여러 가지 단어로 표현했다. 허나 필리핀만은 솔직하게랄까 '똥통'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두테르테 대통령도 평소에 자주 쓰던 표현이었기 때문이란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일까?
아무튼 비록 더러운 것을 어떻게 정화시키느냐에 따라 문명이 발전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품위가 달라진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이와 반대로 자신의 생각과 말을 함부로 내뱉는 그들의 입은 스스로 시궁창화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단어를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자신 뿐 아니라 미국의 품격이 '똥구덩이'에 빠진 셈이 됐으니 어쩌랴.
2018-01-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