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 주에 사는 버드 존슨은 정책에 전혀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투표도 귀찮아하는 게으른 사람이다. 반대로 그의 어린 딸 몰리는 아버지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독려한다. 하지만 마이통풍이다. 때 마침 대통령 선거철이 되어 아버지를 등록했지만 투표소에 나타나지 않자 대신 투표한다. 하지만 전산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그 표는 입력되지 않는다.
헌데 하필 박빙의 경쟁 끝에 투표 결과는 동수(同數)가 되면서 전선오류로 인한 버드의 1 표가 그 선거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비록 한 표 차이라도 이에 따라 선거인단 전체를 승자 독식하는 제도 때문이다. 그러자 두 후보는 버드 한사람을 위한 캠페인을 하며 기존의 정책까지 번복하면서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쓴다. 2008년에 개봉한 '스윙보트'영화이야기다.
비록 코미디 정치물이지만 이처럼 지극히 미약할 것 같은 한 사람의 한 표가 역사와 운명을 바꾸는 사례들은 너무나도 많다. 1645년 영국 원로원회의에서는 올리버 크롬웰에게 통치권을 부여하느냐를 두고 찬반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투표 결과 1표 차로 그는 막강한 대영제국의 권력자가 되었다. 왕정이었던 당시 의회대표가 권력을 잡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반면에 그 결과 왕 찰스 1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비운을 맞았는데 이 때 사형이 확정된 것도 단 1표 차이였다. 그러나 이 후 크롬웰의 오만한 독재는 청교도들로 하여금 신대륙으로 이주하게 만들었고 미국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잉태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대륙의 미국 역시 초창기에는 한 표로 운명이 뒤바뀌는 극적인 일이 많이 있었다. 미국 독립 후 공용어로 영어와 독일어 중 어떤 언어를 사용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투표과정에서 1표 차로 영어가 선택되었으니 어쩌면 우리는 지금쯤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을 뻔 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토마스 제퍼슨은 하원투표에서 1표 차이로 제3대 대통령이 되었는가 하면 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은 1표 부족으로 탄핵 소추를 간신히 면하기도 했다. 헌데 더욱 웃지 못 할 일은 1839년에 일어났다. 매사추세스 주지사선거에서 현직이었던 에드워드 에버렛이 단 1표차로 고배를 마신 일이다. 알고 보니 바쁜 일정으로 정작 자신은 투표를 못 했던 것이다. 통탄할 일이었다.
누구나 잘 아는 알래스카 이야기 또한 유명하다. 1867년 러시아는 크림전쟁으로 국가 재정난에 빠지자 단 720만 달러 헐값으로 미국에 팔았다. 당시 미국 내에서는 이를 두고 '아이스박스를 비싸게 사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매입 비준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때 단 1 표 차이였다.
끔찍한 세계사도 있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히틀러는 단 1 표 차이로 나치당의 당수가 되었다. 이 후 총통에 오른 히틀러는 세계를 두 번째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5000만 명의 희생자는 물론 유대인 600만을 학살했다. 히틀러의 죄악도 1표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러고 보면 역사는 나 하나 탓으로 잘못되기도 하지만 나 하나 덕분에 위대한 일을 이루어 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버드는 영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저는 받기만 하고 베풀 줄 몰랐습니다. 저는 부끄러운 아버지이자 국민입니다. 봉사도 희생도 할 줄 몰랐습니다. 미국에 진짜 적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저 일겁니다."
근자에 한인 타운에 어려운 일이 겹쳐 일어나고 있다. '홈리스 쉘터'문제가 그렇고 '방글라데시 분리안' 또한 그렇다. 특히 내일 이 투표날인 '방글라데시 분리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 사람의 참여와 한 표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나 하나의 탓'이 아닌 '내 덕분'으로 인해 새로운 역사가 이루어진다면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또 있을까?
고장난명(孤掌難鳴)이요 적우침주(積羽沈舟)라 했거늘! 투표에 적극 참여하자.
2018-06-1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