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여행은 결혼과 같다'고 했다. 여정 중에 일어나는 일을 컨트롤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여행은 언제나 즐거움과 설레임을 준다. 특히 비행기 여행은 더욱 그러하다. 비행기 자체도 그렇겠지만 기내 서비스에 대한 매력 때문 아닐는지. 그 중에서도 아마 기내식에 대한 기대감 빼 놓을 수 없을 게다.
비록 지극히 좁은 공간 안에서 재주 부리듯 포장된 것을 열고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누군가 말대로 기내식이란 '승객으로 하여금 호사를 누린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것'이기 때문일 게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기내식에 대한 승객들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요구도 까다로워지면서 고객들을 유혹하기 위한 항공사들의 보다 나은 서비스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기내식은 좌석 등급과 비행시간에 따라 나오는 음식의 횟수도 다르고 종류만도 10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수년 간 항공사들은 기내식에 맛을 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느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기내식은 비행기 이륙 수 시간 전에 조리된 후에 급속 냉동 과정을 거쳐 포장되고 트럭에 실려 항공기에 저장된 뒤 승객들에게 제공되기 전에 재가열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간혹 지나치게 익혀지거나 건조해지며 딱딱해지게 된다. 거기다 건조한 기내 공기와 고도 압력과 더불어 기내의 조명과 온도,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승객들의 미각은 약 30% 정도 둔화되기 때문에 지상에서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35000 피트 상공에서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서다.
반면에 높은 고도에서는 쓴맛을 더 잘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데 예를 들면 레드 와인에 함유된 타닌의 쓴맛을 최소화하고 반면에 화이트 와인에 함유된 과실의 산미는 극대화시키려고 애쓴다. 이렇게 해야 와인의 향과 맛이 제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피의 경우, 기내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쓴맛 때문에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한편 한국 국적항공사들은 비빔밥과 영양쌈밥을 선보이면서 국제기내식 협회의 머큐리 상을 받으며 한식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싼 외국 항공사를 놔두고 비싼 한국 항공사를 선택하는 승객도 적지 않을 것이다.
헌데 최근에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노 밀(No meal)'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종전의 기내식 공급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계약을 맺은 회사가 공장 화재로 어렵게 되자 임시방편으로 또 다른 업체와 단기 계약을 맺었지만 능력부족으로 충분한 양을 공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태의 발단은 애당초 기존의 회사와 재계약 논의 과정에서 항공사의 무리한 요구에 따른 일종의 갑질에 대한 거부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한항공 오너 갑질 사태에 이어 나온 또 하나의 갑질 속편인 셈이다.
항공사들은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내식의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또 하나. 장시간 동안 식사도 거른 채 참고 여행한 승객들의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I am hungry, so I am angry!'
2018-07-0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