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몽골 제국은 아시아 동쪽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동을 포함한 서쪽까지 그리고 러시아 남부마저 모두 그들의 말발굽에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는 지금의 중국 중서부에서 중동과 동유럽에 이르는 정령 지역에 4개의 칸국(汗國, 한국)을 두었다. 일종의 봉건 제후국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천하무적이었던 그런 몽골 제국에 맞서 싸워 이긴 경우가 아주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 중 하나가 4개 칸의 나라 중 하나인 남 러시아 지역의 킵차크 한국(汗國)이 몽골군을 돈 강 상류 쿨리코보 전투에서 괴멸시킨 일이었다. 바로 모스크바 대공국의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대공이었는데 칭기즈칸의 손자 바투 칸에게 정복된 지 140여 년 만에 얻어낸 첫 성과였다.
전투는 몽골군의 참패로 끝났지만 러시아군의 피해도 막심하여 군대의 절반 이상을 잃을 정도로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전투였다. 아무튼 이 싸움으로 몽골 불패의 신화가 깨지면서 그는 러시아 최고의 전쟁영웅이 되고 '돈 강의 드미트리'라는 뜻으로 '드미트리 돈스코이'라 불렸다. 그러다가 500 여년이 지난 19 세기 말 그의 이름은 제정 러시아 해군의 대형 군함에 붙여지면서 다시 기억되었다. 이후 20년쯤 뒤 1905년 러일전쟁이 일어났다. 러시아는 발틱 함대를 동해로 보냈다. 그러나 대한해협에서 매복 중이던 도고 제독이 이끄는 일본 해군에 괴멸 당했다. 러시아 함대 38척 가운데 18척이 침몰하고, 16척은 파손되거나 나포됐다. 본국으로 돌아간 배는 3척에 불과했다.
헌데 이 중에'드미트리 돈스코이 호'도 있었다. 돈스코이 호는 간신히 도망쳐 울릉도 앞바다에서 버텼지만 더 이상 항전이 불가능해지자 스스로 침몰했다. 그러자 이 배안에 군자금으로 사용하려던 수천 상자의 금괴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보물선'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본을 비롯 한국의 몇 기업이 발굴을 시도 했지만 실패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물선'을 찾아 나서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몇 안 된다. 300여 년 전 페루에서 빼앗은 보물을 가득 실은 스페인 선박 산호세 호가 콜롬비아 앞 카리브해를 지나 본국으로 돌아가던 중 영국 전함과 부딪쳤다. 치열한 교전 끝에 전세가 불리해지자 선장은 스스로 배를 수장시켜버렸다. 그러자 이 배에는 오늘날 화폐 가치로 최고 170억 달러에 이르는 금과 은을 비롯한 각종 보석이 실려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실제로 엄청난 양의 보물이 배와 함께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 보물 소유권을 둘러싼 스페인과 콜롬비아, 페루 정부 그리고 인양회사 간에 긴 소송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30년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발견된 '센트럴 아메리카'나 40년 전 한국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와 원나라를 오가다 침몰한 무역선에서 엄청난 보물이 나온 경우 정도다.
헌데 근자에 한국에서 앞서 말한 돈스코이 호가 다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일그룹이라는 업체가 이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거다. 허나 아직 진짜 보물선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아무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들썩거리는 걸 보면 일확천금의 마력이 크긴 큰 가보다. 다만 '보물선 인양설'이 주로 불경기마다 등장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관심의 차원보다는 경영 위기에 따른 의도에서 빚어지는 소요가 아닌가 하는 의혹 속에 보물선도 좋지만 이로 인한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2018-07-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