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그리스인들은 우주를'카오스'라고 생각했다. 이는 우주가 무형으로 혼돈과 무질서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카오스'상태가 질서 있게 정리되면 '코스모스'가 된다.
혼돈의 카오스와 질서의 코스모스. 이 반대의 두 얼굴은 서로 기묘하게 얽히면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 생활 속 곳곳에 나타난다. 이를'혼돈이론'이라 한다.
오래 전에 세탁기 만드는 한 회사는 이것을 응용하여 빨래봉이 규칙적이 아니고 불규칙하게 돌도록 만들었더니 빨랫감이 마치 손으로 헹구고 짜는 것 같이 더 깨끗하게 빨아졌다고 한다. 이는 무질서가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 경우이다. 마치 우리의 뇌파가 일정하면 상상력이나 창조력이 있을 수 없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불규칙한 것이 정상이라는 말은 아니다.
일례로 음악회에 가서 보면 많은 청중이 박수를 칠 때 처음에는 불규칙한 것 같지만 모두 하나가 되는 일정한 리듬의 박수로 되었다가 다시 잠시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같이 혼돈과 질서는 같이 병행하면서 보다 나은 질서로 간다는 얘기다.
우리의 삶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루하고 힘이 들다가도 때때로 찾아오는 기쁘게도 하고 화나게도 하는 그런 불규칙적인 변화 때문에 사는 맛이 나는 것과 같은 것 일게다. 태초에 창조주는 혼돈 속에서 이 세상을 만들고 차차 질서 속에 자리잡혀가게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 먼저 만든 꽃이 바로'코스모스'란다. 이는 애초부터 혼돈 속에 질서의 씨앗을 심어 놓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잠에서 깨어 부스스한 카오스의 얼굴을 질서 있게 정돈을 잘해 단정하고 고운 얼굴로 바꾸는 화장품을 우리가 Cosmetics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왜냐하면 화장도 한 나절 뿐, 밤이 되면 우리는 다시 혼돈의 얼굴로 돌아오고 다음 날의 코스모스를 기다리며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거울 앞에서 정돈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질서란 게 오히려 창조주에게는 억지로 꾸며진 혼돈일 뿐이고 우리의 눈에 보이는 혼돈은 그 분께는 완벽한 질서이지 않을까?
다시 말해 질서와 혼돈은 우리의 생각과 판단에 의한 기준일 뿐 실상은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민낯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다. 해서 창조주가 세상을 만드신 후에 모든 것이 이미'보시기에 좋았다'하신 것일 게다. 하지만 이런 얘기도 허망하게 들리는 일이 최근에 벌어지고 있다. 세계의 안보를 손아귀에서 쥐락펴락할 수 있는 수퍼 파워 미국 백악관 내에서 말이다.
지난 3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뒷얘기를 폭로한 책 '화염과 분노'가 나와 미국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최근 또 한 권의 책, '공포'가 다시 불을 붙이는가 싶더니 이어 나온 뉴욕타임스에 실린 익명의 고위당국자 칼럼 때문이다.
신간'공포'는 이해도가 5-6학년 정도 수준인 트럼프의 불같은 성격과 즉흥적인 언행 때문에 백악관 안이 카오스라고 폭로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백악관 내 트럼프 저항세력이 대통령 직을 박탈시키기 위해 수정헌법까지 거론했다고 익명칼럼이 공개하면서 정가는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없는 쑥대밭이 됐다. 한마디로 백악관이 제 정신 아니라는 얘기다.
카오스를 막고 코스모스를 유지하기 위한 최고 권력자와 주위 참모들 사이의 힘겨운 싸움이 21세기 세계 최강대국 심장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련의 일들이 우리를 고민에 빠져들게 한다.
2018-09-1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