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2월 7일, 영국의 4인조 록 밴드 '비틀스'(The Beatles)가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이날 공항에 만여 명의 팬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들을 맞이하면서 시작된 열풍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미 언론은 이를 두고 'British Invasion (영국이 미국을 침공했다)'고 표현했다. 그들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을 정도였다. 비틀즈는 미국으로 건너온 지 불과 2 달 만에 빌보드 싱글 차트 1~5위를 모두 차지하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이후 이를 계기로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를 비롯 더 후(The Who), 애니멀스(Animals) 그리고 에릭 크랩튼 등 영국 출신 가수들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와 미국 팝 음악계를 점령하게 됐다. 이 열기는 60 년대에서 70년대까지 이어졌다. 과연 말 그대로 '영국의 침공'이라 지칭할 만했다.
거의 50 여 년이 지난 2018년 5월 27일, 이날은 한국은 물론 세계 팝 음악사에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방탄소년단 (BTS)의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가 빌보드 앨범 200에 당당히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영어가 아닌 한국 가사의 노래가 그것도 싱글 차트가 아닌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
연이어 이들의 월드투어가 지난 달 5일 LA 스테이플 센터에서 열렸다. 이 공연에서 청중들은 인종을 떠나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를 그대로 따라 불렀다. NBC방송은 이를 가리켜 'BTS가 LA를 점령했다'고 표현했다. 이는 BTS가 굳이 영어로 노래하지 않아도 미국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로 같은 영어권의 비틀스가 미국 시장을 공략한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BTS는 지난 24일 유엔 총회에서 영어로 7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사랑하라'는 진솔한 이야기로 모든 이들에게 감동까지 주었다. 자긍심의 소중함을 일깨운 이러한 주제가 이들의 노래 내용과도 맥을 같이 한다는 데서 더 큰 공감을 얻는 것 같다. 이 또한 빌보드 앨범 200 에서 1위에 오른 것 못지않은 한국 가요계의 쾌거라 할 수 있다.
BTS는 앞으로도 한국어로 된 노래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나름 그들만의 개성과 자부심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어쩌면 대표멤버 연설의 메시지 전달에 한 몫을 더한 것은 그의 영어실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미국 드라마를 반복 청취하며 배웠다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국제무대에서 하고 싶은 말 제대로 하고 갈채를 받았으니 말이다. 이를 두고'수퍼 주니어 외교'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참이다. 왠지 난감해 할 한국 외교부 직원들이 겹쳐 보인다. 그것은 최근 강경화 장관으로부터‘외교관들 영어실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K팝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과소평가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들을 계기로 더 많은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제2의 'K팝의 침공(K-POP Invasion)'이 실현됐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헌데 비틀즈(The Beatles)의 영어 명을 축약했을 때 BTS가 되는 게 우연일까?
2018-10-0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