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학자이자 발명가가 어느 날 신문에서 자신의 부고 기사를 봤다. 멀쩡히 살아있는 자신의 죽음을 알린 그 기사는 형의 이름과 혼동한 신문사의 실수 때문이었다. 헌데 그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오보보다는 기사내용에 충격을 더 받았다. '사람을 더 많이 죽게 하는 방법을 개발한 죽음의 상인이 사망했다'고 쓰여 있기 때문이었다. 다이너마이트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이야기다.
충격을 받고 깊이 고뇌하던 그는 1895년 유산으로 노벨상을 제정하라고 유언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노벨상은 1901년부터 지금까지 118년간 '인류 문명 발달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거다. 모두 6개 분야로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 화학, 문학, 경제학 그리고 평화상이 매년10월 1일부터 차례로 발표된다.
헌데 이러한 노벨상은 서구 편향이라는 지적과 함께 여성들에게 차별적이었는데 특히 과학 분야는 더욱 인색했다. 노벨상 수상자 896명 중 여성은 48명으로 5% 정도인데 그나마도 화학상은 4명, 물리학상 2명, 경제학상은 고작 1명뿐이었다.
그나마 올해는 물리학상 수상자 3명중 1명에 여성학자가 선정됐다. 프랑스 마리 퀴리와 미국의 마리아 메이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사실 최초의 여성 수상자인 마리 퀴리도 상을 받지 못할 뻔했다. 남편이 부인이자 동료인 마리의 역할을 강조하며 공동 수상을 요구한 끝에 가까스로 이루어진 결과였다.
아무튼 첫 수상자가 나오고 60년 만에 1 명, 다시 55년 만에 겨우 1 명이 나온 꼴이다. 스웨덴 왕립아카데미는 이러한 일련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에 최근 선정위원장을 모두 여성에게 맡기거나 또한 미투 운동으로 불거진 논란으로 문학상 선정을 취소하는 등 파격행보를 보였다.
한편 일본은 올해도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이로써 일본은 노벨상 생리의학상 분야에서만 5명 째이고 모두 27명이나 된다. 메이지 유신 후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며 근대화를 선도했고, 패전 후 정책적으로 과학기술을 육성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11년에 와서야 이를 모델로 해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만들었고 국제공동연구 등 네트워크도 부족하다. 더구나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항상 이맘때면 노벨상에 대한 목마른 한국인들의 콤플렉스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듯 우리가 노벨 문학상에 목을 매고 있을 때 '한국인은 책도 안 읽으면서 노벨문학상만 바라고 있다'는 외신들의 뼈아픈 지적을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2018-10-1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