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인류는 별들의 움직임을 보고 길을 찾기도 했지만 운명 또한 점쳤다. 왕조의 흥망성쇠, 인간의 길흉화복 등을 풀어 보려는 거였다. 그러다가 과학이 발달하면서 점성술과 천문학이 분리되었다. 우리는 과학이라고 하면 으레 서양이 처음부터 주도했다고 짐작하기 쉽지만 역사적 사료를 보면 동양 그 중에서도 고구려, 조선은 천문학 분야에선 상당한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별자리들의 이름과 움직임, 관측법 외에도 이들이 정치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헌데 별자리들의 움직임들 중에서도 이들이 나란히 늘어서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최악의 흉조로 여긴 것은 '형혹수심(熒惑守心)'이었다.
화성은 특유의 붉은 빛을 띠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은 화성을 보면 전쟁이나 재앙을 떠올렸다. 해서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Mars'를 그리스인들은 '아레스'라 불렀는데 이는 전쟁의 신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화성처럼 붉은 별자리에 속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전갈자리 별들 중 가운데에서 붉게 빛나는 별 안타레스(Antares)다. 안타레스는 안티-아레스, 즉 화성에 맞서는 라이벌이라는 뜻이다. 이 떼문에 이 두 별의 만남은 동서양 모두 전쟁과 파멸의 전조로 보았다.
한편 중국이나 조선에서는 화성을 형혹성이라 불렀고 안타레스를 심성이라 했는데 심성은 바로 천자나 임금을 의미했다. 해서 화성, 형혹성이 안타레스, 심성에 근접하는 것을 '형혹수심(熒惑守心)'이라 해 극도로 꺼려했다. 군주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불길한 징조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런 형혹수심에 대해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의 하나는 기원전 211년 진시황 때 있었다. 두 붉은 별이 가까이 만나는 것을 불길하게 여기던 차 '진시황이 죽고 진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여러 가지 기이한 일들이 일어났다. 진시황은 이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죽였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에 점을 쳤다. '이동하라'는 점괘가 나오자 백성들을 이주시키고 자신은 전국 순행에 나섰다가 병을 얻어 숨졌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던 2016년에도 형혹수심은 있었다.
암튼 이렇듯 옛 사람들이 꺼려하던 화성 형혹성에 지난 달 26일 NASA가 보낸 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 적도 인근 평원에 무결점 착륙했다. 1976년 착륙한 바이킹 1호 이후 8번째다. 과거 탐사선이 주로 화성 지표면과 생명의 흔적을 찾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인사이트는 이름이 의미하듯 내부지각과 핵 등 화성의 속살을 2년간 탐사한다고 하는데 엊그제는 그곳의 바람소리를 보내왔다.
별들은 그저 우주의 철리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별의 운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나 운명을 알아내려고 조바심을 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안을 달래고 위로를 받으려는 유약함 때문일 게다. 이는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도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별 학자 칼 세이건의 말이 떠 오른다. '인간은 쓸쓸함을 느끼고 무엇을 그리워하는 존재다'그리고 '인간은 별의 물질로 이뤄진 별과 같은 존재다'라던 말 말이다. 해서 별에서 서로 위로를 받아 생명의 한계성을 극복하려는 게 아닐런지.
2018-12-1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