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성탄절도 지나고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언제나 그렇듯 세모가 되면 가까운 지인들이나 친지들과 만나 송년회란 이름으로 혹은 망년회란 이름으로 통과의례처럼 치른다. 송년회(送年會)는 지난해를 보내며 반성하는 자세를 가진다는 뜻인 반면 망년회(忘年會)는 지난해의 온갖 수고로웠던 일들을 잊어버리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헌데 망년회란 말이 일제 잔재란 비판에 따라 '한 해를 보내며 반성하는 마음 가짐를 갖는다'는 의미의 송년회로 바꾸었다고 한다. 일본이1400여 년 전부터 연말이 되면 망년(忘年)이라 하여 지인들과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괴로웠던 일, 슬펐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자'는 뜻에서 술 마시며 회식하는 세시풍속이 있었는데 이것이 일제 강점기 한국으로 건너와 우리 풍속인 양 자리 잡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망년회는 중국의 '양서(梁書)'나 당서(唐書)'에도 나오는 오랜 역사를 가진 용어인 걸 보면 원류가 일본만이 아닌데도 일제치하에 가졌던 기억의 반감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일견도 있다. 하지만 당시 망년은 지금과는 의미가 달라서 나이 차이를 따지지 않고 친구로 교류한다는 망년지교(忘年之交)의 뜻이 컸다. 나이를 잊은 채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면 그 사이는 재주나 인품을 보고 사귄다는 뜻일 게다.
반면에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정의 관리들이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연회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에 보면 연말 음주의 문제보다는 한 해를 결산하면서 관리들에 대한 연말 평가 제도도 시행했는가 하면 새해의 백성들의 고통을 덜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실시할 정책들을 세우는데 집중했다 한다.
그러는 한펀 망년보다는 수세(守歲), 즉 해를 지킨다는 의미가 컸다. 섣달그믐 온 집안에 불을 밝혀 조상신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신일(愼日)로 지나간 해를 반성하고 근신하면서 조용하게 보냈다.
그랬던 우리가 연말이 되면 의례 지나친 음주가무의 풍습에 젖어 일부 모임에선 볼썽사나운 추태나 사건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턴가 이제 우리네 송년회도 해를 거듭하면서 전과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바뀌어 '911 송년회'나 '112 송년회'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911은 밤 9시 내에 한 가지 술로 1차에 끝내는 것이고, 112는 한 가지 술로 1차만 하는데 두 시간 안에 끝내는 것이라 한다.
더 나아가 아예 술마시는 모임보다는 공연이나 전시회를 관람하는 문화 송년회 혹은 불우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의 송년회 등 여러모로 다른 모습의 송년 모임 풍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누구나 더 좋은 새해를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면서 새해의 희망을 찾으란 메시지로12월을 '침묵하는 달'로 맞이한다고 한다.
모쪼록 여러분 모두 희망차고 보다 더 나은 새날을 맞이하시기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8-12-2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