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의료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서는 주류 서양의학 뿐만 아니라 대체 보완의학 (ACM: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 진작을 위해 매년 수 억불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능력있는 한의사들이 국립의료원의 후원을 받기위해서는 그저 침구사 (Acupuncturist)로만 취급되는 환경에서 대체의학이자 보완의학에 정통한 치료사 (healing artist)로서 걸맞은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한의학이 미국적인 풍토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한의학 자체의 진면목인 예방의학 (preventive medicine)과 전일의학 (holistic medicine) 분야 개발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는 양의학이 전래되기 전 수 천년을 한의학에 의존하여 건강과 생명을 지켜온 전통이 있다. 한의학의 본고장인 한국, 중국, 일본에서조차 한의사의 사회적 역할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양의가 치료할 수 없는 한의학만의 고유한 영역이 아직도 적지 않다고 본다. 예방의학과 전일의학으로서 한의학 고유의 치료술에 집중하는 것이 한의학의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방의학이란 각자 개인마다의 체질에 입각하여 몸에 병이 들어오기 전에 건강한 양생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어려서 몸이 허약하다거나 장부의 어느 부분이 약하다고 하여 아버님이나 할아버지가 지어주시던 십전대보탕이나 귀비탕 같은 보약이 한의학이 예방의학이라는 증거가 된다.
전일의학이란 인체는 몸과 마음의 전일체 (holistic body)로서 몸의 병은 감정이나 마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각종 호흡법이나 식이요법, 운동요법, 그리고 감정과 마음까지 헤아리는 건강 습관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한의학은 21세기 전일의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통합의학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한의학이 단순한 통증치료의 영역을 넘어서 전일의학으로서 자격을 확보하려면 한의학의 철학적 기초를 탐구하여 그 이론 바탕에 깔린 세계관을 재심사해 하나의 통합의학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때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이란 명칭은 동서의학 및 여타 보완의학들을 통괄하는 이름이다.
한편 한의학의 치료기전은 철두철미 조기치신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조기치신은 바로 기 조화 세계관에 바탕을 둔 원리다. 이때 생화학적 의료기술이 아닌 정기론에 근거한 통체적 치유(holistic healing)의 길을 모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한의학 고유의 세계관과 철학적 기초를 배제하고는 한의학 자체의 존립이 어려울 것이다.
2019-04-11 19: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