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대한민국 건국일을 남한의 정부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로 잡느냐, 망명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 4월 11일로 정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론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필자는 우리 민족의 건국은 왕검단군이 나라를 세운 4352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가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래서 지금도 매년 10월 3일 개천절을 국경일로 지키고 있는 형편이다. 해방 후 오랫동안 신문이나 책자에 단기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단군 시대는 고증하기 어렵지만, 대한민국 제헌 헌법이나 1987년 민주화 운동으로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살펴보면, 기미년 3.1 운동으로 탄생된 대한민국 건립의 법통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두 헌법 제 1조에는 공통적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절이 들어있다. 심지어 북한의 국가명칭 '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에조차 공화국이라는 어휘가 사용되고 있다.
공화국이란 법과 공공성에 기반을 두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만들어낸 정치공동체를 뜻한다. 근대화와 산업자본주의를 거쳐 형성된 시민들은 신권을 받아 백성을 통치한다던 중세의 국가 체제를 거부하고 확연히 구별되는 정치제도를 쟁취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들은 새로운 제도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기본 인권과 행복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였을 뿐더러, 20세기에 들어서는 가혹한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수천 만명이 어이없이 죽어가기조차 했다.
공화국이란 국가 운영의 책임을 진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공공복리를 위해 국가에 봉사하는 제도이다. 강한 무력으로 쟁취한 왕국을 왕실 재산으로 여겨 백성을 가렴주구하는 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역사상으로 과연 공화국은 봉사제도이고 왕국이나 제국은 착취만 하는 제도였던가? 고조선의 정치강령이라고 볼 수있는 '홍익인간 재세이화' 여덟 글자는 현대의 정치 제도와 현실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권'이라는 링컨(1809-1865)의 짧은 연설이나, 민주주의는 오로지 '국민에 의한' 정권창출 가능성을 뜻한다는 독일 법철학자 한스 켈젠(1881-1973)의 통찰력은 민주적 정치제도에 대한 정답이라고 볼 수 있다. 제국주의 일본도, 히틀러의 독일도 모두 민주적 제도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런데 '공화'라는 의미는 퇴색되어 버린 채 '민주' 만능의 시대를 살고 있다.
'백성 개개인의 이로움의 조화가 의로움이다'(예기) 라거나, '널리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도록 세상을 합리적이고 온정적으로 만들자'(단군세기) 라는 동아시아 정치철학의 요체를 민주공화 시대에 맞도록 되살려야 할 것이다.
2019-04-1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