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한 노신사가 매일같이 점심때마다 에펠탑 1층의 식당에 와서 식사를 했다. 식당 주인은 자기네 식당 음식이 좋아서 그런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노인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에펠탑을 좋아해서 매일 오느냐고 물어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인은 에펠탑을 너무너무 싫어하는데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곤 이곳만이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으로 만들어진 이 탑은 주위 경관과 어울리지 않게 흉물스럽다는 비난도 많았지만 지금은 파리의 상징으로 되었다.
그러나 뭐라고 해도 프랑스 파리의 중심은 노트르담이다. '우리들의 귀부인'이란 뜻으로 성모 마리아를 말하는 이 성당은 파리 중앙에 있는 섬에 세느강을 주위로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어느 날 이 곳을 돌아보다가 한 문설주에 새겨져 있는 한 글귀를 보았다. '아나크(Anaykh)'. 그리스말로 숙명을 뜻하는 이 단어를 남겨 놓아야만 했을 그는 누구였으며 무슨 사연이었을까? 위고는 깊은 상념에서 명작을 하나 탄생시켰다. '파리의 노트르담', 일명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트르담의 꼽추'다.
노트르담 성당 부 사제 프롤로는 품위를 지닌 신앙심 깊은 성직자 같지만 실상은 욕정적인 위선자다. 그의 충직한 종 콰지모도는 '반만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괴물 같은 모습의 곱추인 성당 종치기다.
대성당 앞 광장에 모여 사는 무리들 중에 관능적이고 요염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 마음을 뺏긴 사제는 곱추 종을 시켜 그녀를 납치하지만 근위대장이 다시 그녀를 구출해내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를 질투한 나머지 사제는 근위대장을 살해하고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처형한다.
에스메랄다를 은근히 흠모하던 콰지모도는 사제를 대성당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려 죽이고 모습을 감춘다. 오랜 훗날에 몽포콘이라는 무덤에서 그는 집시여인을 껴안고 죽어 있는 모습의 유골로 발견되는데 사람들이 다가가자 둘은 재가되어 사라진다.
천형과도 같은 모습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평생 사랑한번 못 받아본 불쌍한 추물의 곱추이야기는 비록 몰골은 흉측하나 영혼은 맑고 순수하다는 인간의 숙명을 그린 작품이다.
무려 180년에 걸쳐 완공된 이 대성당은 중세에서 근 현대사의 역사가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와 영국 왕실의 주요 의식과 종교 예배는 물론 잔 다르크의 명예 회복 재판도 열렸다.
그러다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겪으며 성당은 크게 훼손됐다. 장엄하고 숭고한 건축물에 대한 인간들의 무지와 폭력에 빅토를 위고는 한탄하고 분개했다. 그리고는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소설을 씀으로써 이를 계기로 성당 재건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쳐 오늘날 프랑스는 물론 유럽을 상징하는 인류유산이 되었던 거다.
그런 노트르담이 2주 전 대 화재로 또 다시 세계인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고 보면 위고가 발견한 숙명의 꼽추 콰지모도는 대성당의 운명과 역사를 말하는 지도 모른다. 순수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언제나 따라다니는 어두운 그림자들 말이다. 그런 것들을 성모 성당은 오늘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아베마리아!
2019-04-3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