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최고 실세 재러드 쿠슈너 고문은 하버드 대학을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다. 그야말로 금수저로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총체적 행운아다. 하지만 이 모든 행운이 부모를 잘 만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실력이 부족한데도 부동산 재벌인 아버지가 하버드에 250만 달러를 기부해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의 지위가 세습되어 유지되는 사례다.
이를 잘 설명한 책 한 권이 나왔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일하는 경제학자 리처드 리브스의 신간 '20 대 80의 사회'라는 저서다. 저자는 영국에서 태어나 4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와 시민권을 취득했다. 영국을 떠난 건 그곳의 계급장벽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미국의 계급 구조가 영국보다도 더 견고하다는 것을 깨닫고 매우 낙심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평등의 구도는 상위 1% 수퍼리치와 나머지 99%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나누지 않았다. 문제의 계층을 상위 20%로 본20 대 80의 구도다. 그는 이 계층은 '중상류층'이라고 명명하고 이들이 어떤 특권을 누리고 이권을 취하는지 말해주면서 이들이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능력과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는 달리 성공의 기회가 평등하기는커녕 이들 계층이 자녀들에게 고학력과 고소득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기회를 사재기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대학은 별로 똑똑하지 않은 부유층 아이들에게 특히 유용한 제도로 중상류층 자녀는 불공정한 입학 절차와 인턴으로 취업하는 기회를 얻는데 많은 이점을 누린다고 한다. 각종 장학금까지 받기도 한다. 이 모두가 부모의 인맥과 연줄 덕분이다.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법과 제도로 더욱 현실화 된다.
여기에 더해 자녀 세대가 하위 계층으로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보호막을 치는데 저자는 이를 '유리바닥'이라고 부른다. 그리고는 더 아래 계급 자녀들이 디디고 올라설 사다리는 걷어차 버린다. 이 '기회 사재기'와 '유리 바닥'이 세대를 거쳐 계급을 분리시키고 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계층의 자녀들을 위한 유리 바닥은 그 아래의 자녀들에게는 유리 천장이 되면서 상향 이동이 막히게 되기 때문인 거다. 말하자면 계급 사이에 높은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있는 셈이다.
헌데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런 계층이 겉으로는 불평등을 맹렬히 비판하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행위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나의 지위는 학력과 두뇌, 노력 등 나의 능력 덕분이어서 마땅히 나의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힐난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부모는 아이가 잘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권리는 있지만, 경쟁에서 우위를 갖게 하기 위해 아이에게 무언가를 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한다. 경쟁 없는 기회는 사회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국에서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이 때에 이 책의 의미가 낯설지만은 않다.
2019-09-0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