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은 멀리로는 스파르타카스에서부터 프랑스의 삼색기, 간디의 비폭력 저항 그리고 반전과 평화에 대한 밥 딜런의 저항 음악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저항의 대표적 아이콘이라 하면 '가이 포크스'다.
국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하얀 얼굴에 가느다란 8자 수염 그리고 장밋빛 뺨을 하고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면일 거다. 바로 '가이 포크스'가면이다.
세계 곳곳의 시위 현장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이 가면은 실존 인물의 얼굴에서 나왔다. 영국 왕 제임스 1세는 가톨릭과 청교도를 억압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가톨릭 교도 가이 포크스는1605년11월5일 웨스트민스터를 폭파해 국왕과 의원들을 살해하려 했다. 하지만 공모자의 밀고로 거사는 실패로 돌아가고 그는 처형되었다.
이 사건으로11월5일이 되면 영국인들은 가이 포크스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기념으로 불꽃놀이를 즐긴 반면, 가톨릭 교도들은 가이 포크스를 애도하는 날로 삼았다. 그러다가 거리의 시민 축제일로 변한 후 종교와 관계없이 신교도와 구교도 모두 즐겼다.
영어에서 흔히 쓰는 단어 Guy는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Guy가 '기이한 옷을 입은 남자'라는 의미를 가진 조롱하였던 뜻이 점차 일반적인 남자나 동료를 거쳐 오늘날에는 성별 구분 없이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
아무튼 수 세기가 지나 가이 포크스는 여러 예술 작품들을 통해 다르게 부활했다. 그를 주제로 한 소설들에 이어 1982년 만화 'V For Vendetta'에서 'V'라는 이름의 아나키스트 주인공이 가면을 쓰고 전체주의 정부에 저항하는 이미지였다.
이 후 그는 2006년 이를 동명으로 만든 영화를 통해 혁명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인물로 재탄생 했다. 그러던 것이 해킹단체 어나니머스가2008년 시위 현장에서 이 가면을 쓰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되기에 이른 거다.
이 '저항의 아이콘' 가이 포크스 가면이 어김없이 이번 홍콩 시위에도 등장했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이른바 '복면금지법'을 시행하면서다. 홍콩 시민들은 이를 통제 시스템의 시발점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례로 무단으로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인적 사항이나 과거전력들이 실시간으로 보도 앞 스크린에 공개될 정도고 심지어 쌍둥이나 변장술도 식별해 낸다고 한다. 이러한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감시는 사회 모든 분야 곳곳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예상을 넘어선 더욱 더 강력한 통제와 억압이 우려되는 것이다.
다섯 달 째 계속되고 있는 홍콩의 반 중국 시위는 10대 청소년 2명이 잇달아 총상을 입으면서 사태는 갈수록 격화되고 본토에서 대기 중인 무장 군경의 진입까지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홍콩은 아시아 금융 허브와 쇼핑의 메카라는 위치를 잃고 점차 유령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V For Vendetta'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이다.
2019-10-1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