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 신학자 악시우스는 교황의 명령에 따라 예수가 태어난 해를 로마 건국 기원 754년에 맞추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서기 1년이다. 이를 시점으로 해서 예수 태어나기 전 Before Christ, B.C. 와 예수 태어난 후 즉, '주님의 해'라는 라틴어 Anno Domini, A.D.로 나누는 서력기원이 생겨난 거다.
이는 유럽 기독교를 통해 퍼져나가 지금까지 전 세계가 공통으로 쓰게 됐다. 하지만 종교적 색채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해서 서기 1년을 공통시대(Common Era, CE)라 하고 이보다 앞선 서기 전은 Before CE, BCE로 부른다.
한 예로 2011년 영국 BBC방송이 BC와 AD라는 용어가 비기독교인들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BCE와 CE를 사용했지만 기독교인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격분을 사는 논란이 된 적도 있다.
헌데 요사이 또 다른 역사적 기점으로서 BC와 AD가 새로운 의미로 언급되고 있다. 즉, BC는 Before Corona, 그리고 AD는 After Disease로 부르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로 역사와 사회가 완전히 다르게 구분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나온 표현이다.
뉴옥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efore Corona, BC와 코로나 이후인 After Corona, AC로 구분될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일부에선 After Corona를 After Disease 즉, AD로 고쳐 BC와 AD에 대입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양상이 실제 연호로 바꿔지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코로나 사태가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어가 사람과 사람(人)의 사이(間)를 가리키듯 서로 의지하며 사는 삶이란 의미인데 그 사이가 단절되고 있는 거다. 서로 다가서고 기대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면 형식이 아닌 비대면, 비접촉 즉, 컨택이 아닌 언택트(Untact) 문화가 번지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 원격 의료뿐만 아니라 온라인 학교교육, 종교예식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면서다. 얼핏 현실에서 멀어진 인간관계가 오히려 사이버 세계에서 더 의존하고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어쨋거나 코로나19 사태는 이로 인한 경제와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반면 언택트 사회는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면서 새로운 소통과 환경을 만들어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동시에 코로나19는 극복된 후에도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두기'가 예의라는 교훈 또한 되새겨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언택트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할 거다. 종교 예식이나 문화예술도 그렇겠지만 특히 어린이를 가르치고 이끌어 주는 학교교육이 그렇다. AI가 교사 업무의 일부는 대체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수업을 듣게끔 하는 일은 사람이요, 학생 지도와 인성 교육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사이 간(間) 자는 원래 문틈으로 달을 본다(閒)는 의미였다고 한다. 이는 문을 열고 내다 보는 것이니 만큼 사람은 언택트보다는 컨택으로 살아가게 되있고 더 인간다울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일 게다. 물론 지금은 마음으로만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2020-04-2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