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기 영국의 코벤트리라고 하는 마을에 탐관오리로 유명한 영주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인품이 좋아 백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자연 영주의 과도한 세금 징수와 폭정에 지친 백성들은 부인을 찾아가 선처를 호소하게 됐다.
부인은 남편에게 세금을 낮춰줄 것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들은 체도 안 했다. 여러 번 간청하자 귀찮아진 남편은 아내가 벌거벗은 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그러겠노라고 하였다. 정숙한 부인이 못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녀는 정말로 계획을 세웠다.
이 사실이 온 마을에 퍼지자 마을사람 모두는 그녀의 사랑과 용기에 감복한 나머지 그 날만은 절대 외출하지 않고 창문도 닫아 걸고 내다보지 않기로 하였다. 고귀한 부인의 몸을 볼 수 없다는 엄숙한 결의로 그 날은 거리가 고요했다.
이 후 부인의 이름 고디바는 오늘날 유명한 초콜렛 회사의 이름이 되고 말을 탄 알몸 시위의 모습은 회사로고로도 남게 되었다. 헌데 당시 양복점을 하는 '탐'이란 자는 커튼 사이로 몰래 부인의 알몸을 엿보다가 눈이 멀어 버렸다고 한다. 이때부터 '피핑 탐'은 몰래 엿보거나 엿듣는 이를 빈정거리는 말이 되었다.
피핑 탐이 어찌 그 때만 있었을까 만은 이 이야기가 다시 떠 오른 건 며칠 전 영국의 데일리 메일 신문 기사 때문이다.
신문은 '마스크가 남성들에게 여성을 음흉하게 훔쳐볼 자격이라도 준 것인가?'하는 제목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나타난 부작용 중 하나로 일부 남성들이 여성들을 음흉한 눈길로 집요하게 쳐다보는 행위가 잦아졌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주는 덕분에 신원 노출에 대한 염려가 적다고 생각했는지 노골적으로 빤히 훑어봄으로써 상대 여성을 불쾌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위협을 느껴 불안감 마저 들게 한다는 점이다. '마스크를 쓴 채 빤히 쳐다보면 그냥 맨 얼굴 일 때보다 더 무섭다'는 거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한다.
'남자들은 마스크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가 보다. 그러니 눈도 가려진 걸로 착각해 이리저리 굴려댄다'혹은 '마치 아이언 맨이 철갑 옷 두른 듯 능력과 힘이 더 강해진 것으로 느끼나 보다' 또는 '열등감 있는 남자들이 자동차 안의 익명성에 몸을 숨기고 난폭 운전 하는 것이나, 마스크에 얼굴 감추고 일탈 행위를 하는 짓이나 그게 그거'라며 비꼬거나 혀를 차며 비난한다. 남의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심리나 탐내는 욕심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어느 누구도 알 권리조차 없는 남의 일에 대해서 분별없는 행동이 불허되어야 하는 것은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용서가 모든 것을 다 잊게 해 주지 못해서다. 남의 것을 존중하는 마음이 먼저라는 얘기다.
아무튼 모두가 합의해 집안에만 있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커튼 사이로 내다보다 화를 당한 피핑 탐이 오늘날 익명성 뒤에 숨어 댓글을 달거나 마스크를 핑계로 하는 일탈행위로 돌아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의 또 다른 부작용의 모습이다.
2020-08-0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