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느 작은 마을에 거대한 얼굴모양의 바위산이 있었다. 주인공 소년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언젠가 저 바위산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설을 믿고 어린 시절부터 그런 인물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평생을 살았다. 그러는 동안 네 명을 만난다.
소년기에 처음 만난 인물은 '금을 모은다'는 뜻의 '개더 골드(Gather Gold)'라는 별명의 재력가였다. 하지만 그의 영악하고 탐욕스러운 모습에 크게 실망한다. 결국 개더 골드는 초라하게 몰락했고 비참하게 죽었다. 수전노였음을 말하는 거다.
청년이 된 어니스트는 목수로 일하면서 두 번째 인물을 만난다. 올드 블러드 앤 선더(Old Blood And Thunder) 즉, 유혈 낭자한 노인이라는 뜻의 유명한 장군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강한 의지와 힘만 있을 뿐 자애로움과 지혜는 볼 수 없었다. 말하자면 전쟁광임을 말한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장년 어니스트는 세 번째 인물을 만난다. '늙은 바위 얼굴'이라는 뜻인 '올드 스토니 피즈(Old Stony Phiz)' 성공한 정치가였다. 하지만 그 역시 당당하고 강한 외모를 가지긴 했지만 큰 바위 얼굴처럼 근엄하면서도 큰 포용력을 주는 그런 모습은 없고 오히려 권력과 명예욕에 가득한 인상이었다. 한마디로 정치꾼이었던 거다.
어느덧 노년기에 들어서 은퇴한 어니스트는 사람들을 깨우치는 설교가가 되었다. 그러다가 시인을 만난다. 예전에 읽고 감탄했던 시를 지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다시 실망한다. 시인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둘은 친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니스트의 설교를 들으러 온 시인은 어니스트가 곧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인물임을 알게 되고 사람들에게 외친다. '보세요! 어니스트야말로 저 바위 얼굴이랑 비슷하지 않은가요?'
하지만 어니스트는 '자신보다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용모를 가지고 나타날 것이라며 말을 마친다. 주홍글씨로 유명한 나다니엘 호손이 만년에 쓴 소설 '큰 바위 얼굴'이야기다. 여러 가지 인간상을 보여주면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추구한 작품이다.
이 소설과 연관되는 것이 사우스 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 네명의 대통령을 조각해 놓은 '큰 바위 얼굴'이다. 얼굴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그리고 약간 떨어져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새겨져 있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미국의 건국을, 제퍼슨은 루이지애나를 매입해 미국의 확대 성장을, 루스벨트는 혁신을 주도해 미국의 발전을 그리고 링컨은 남북전쟁을 극복하고 미국의 지속을 가능케 한 점을 상징하는 거다.
헌데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NYT는 지난 9일 백악관이 러시모어 산에 도널드 트럼프의 얼굴을 추가로 새기는 절차에 대해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실에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부인했지만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당시 백악관에서 만나 이야기할 때 자신은 농담인 줄 알고 웃었지만 트럼프는 웃지 않고 진지했다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이라면 러시모어 산에 자신의 얼굴이 영원히 새겨지는 꿈을 꿀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그것도 임기 중에 내심 비치는 것은 겸연쩍을 일이었을 텐데. 아무튼 사실이라면 소설부터 먼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0-08-1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