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1월 영국의 왕 조지 5세가 죽자 아들 에드워드 8세가 즉위하였다. 하지만 두 번 이혼 경력이 있는 심슨 부인과 하려던 결혼을 의회가 반대하자 그 해 12월 왕위에서 물러났다.
자연 동생 조지 6세가 왕위를 이었다. 1차 세계대전 때 해군 장교로 참전하고 전 후 케임브리지에서 역사와 경제학 등을 공부한 그가 스코틀랜드 귀족 출신 여성과 결혼해 낳은 첫 딸이 오늘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다.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 조지6세에 대해서는 영화 ‘킹스 스피치’를 통해 잘 알려진 바 있다. 조지 6세는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을 뿐 아니라 겁도 많은 소심한 성격인데다가 말더듬증도 있어서 커서도 이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대영제국 박람회 폐막식에서 연설을 망쳐버린 적도 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아버지 조지 5세는 군주는 민중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아들의 장애를 항상 근심했던 거다.
그의 말더듬 증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언어치료사들의 노력에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다가 호주 출신의 비 공인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게 된다. 라이오넬은 다른 언어치료사들과 달리 조지6세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어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배려하는 방법으로 유도한다.
당시 영국은 형 에드워드 8세의 자진퇴위와 2차 세계 대전 발발에 독일과의 전쟁 등으로 어수선한 국면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국민의 자긍심과 의지를 굳건히 해주고 나라를 단합시켜줄 새로운 국왕의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이러한 때에 마침내 언어치료의 효과를 본 그는 라디오 방송 연설을 훌륭히 마치게 되고 이에 열광한 영국 국민들로부터 큰 신뢰를 회복하면서 단합하게 된다. 그 후 조지 6세는 시민과 위험을 함께한 책임감이 강한 왕, 국민의 큰 신뢰를 얻은 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조 바이든이 지난 달 20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후보 지명수락 연설을 유창하게 마쳤다. 하지만 연설을 앞두고 발음과 연설 교정을 전문가들로부터 받았는데 이는 단지 연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말더듬증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 바이든은 유치원 때부터 심한 말더듬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어릴 적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바-바-바이든’이라고 놀려댈 만큼 심각했던 거다. 이 때문에 고교시절 그의 별명은 대시(-)였다. 점( · )과 대시( - )로 이뤄진 모르스 부호에서 따온 것이다.
언론 인터뷰와 유권자들과의 대화에서나, 당내 경선 토론 중에서나 말을 더듬어 언론의 비아냥을 들은 바도 있다. 이따금 시공간을 혼동해, 친 트럼프 진영이나 언론에서 ‘노망’으로 몰리는 핀잔을 듣는 데 이것도 실은 말더듬 장애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일각에서는 말한다. 그럼에도 바이든은 말 더듬는 습관을 공개적으로 탓하거나 인정하지 않아 오해를 더욱 부추긴다.
헌데 온라인 전당대회 마지막 날 그의 인간 극복이 연출됐다. 지난 2월 뉴햄프셔 경선 때 바이든에게서 말더듬 증을 어떻게 고치는 지 조언을 받았던 13살 소년이 그의 덕분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며 자신처럼 말을 더듬어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도 부단히 노력하면 부통령 자리까지에 오를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됐다고 화상을 통해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장면이었다. 대선 결과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바이든은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서 아버지가 남긴 말을 소개한 바 있다. ‘결코 불평하지도 설명하려 들지도 말라.’ 옛 영국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말이다.
2020-09-1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