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오리는 북유럽에 차가운 서북풍이 몰아치면 따듯한 남쪽 나라로 옮겨 한 겨울을 납니다. 가을이 되어 쌀쌀해지면 오리들은 이동을 준비합니다. 철새인 오리들이 남쪽으로 이동할 때가 된 것입니다. 오리들은 서서히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가을들판에는 먹을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도 오리들은 떠나야했습니다. 남쪽으로 이동준비를 마친 오리는 마지막 파티를 하며 실컷 먹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둘씩 남쪽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는 들판과 농장에 맛있는 먹이를 두고 떠나기가 아쉬워서 조금만 더 먹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오늘만 실컷 먹고 내일 떠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다음 날이 밝자 오리는 또 '오늘 하루만 더 먹고 내일 떠나야지'하다가 차일피일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덧 차가운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오리들은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며칠을 더 보내면 얼어 죽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그 오리는 '내일은 꼭 떠날 거야!'라고 단단히 결심을 했습니다.
드디어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 오리는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살이 너무 쪘기 때문입니다. 날지못하게 된 오리는 북서풍이 부는 빈들에서 얼어 죽었습니다.
이상은 덴마크의 실존 철학자 쬐렌 키엘케골의 우화 '얼어 죽은 오리'이야기입니다. 키엘케골은 이 우화를 통해 자신의 죄나 문제를 알면서도 변화의 결단을 못해서 망하는 비극을 고발합니다. 변화를 거부하면 망합니다. 기업은 물론 국가도 정당도 개인도 변화를 결단해야 살 수 있습니다.
"내가 젊고 상상력이 자유로울 때 나는 세상을 변화 시키겠다는 꿈을 가졌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했다. 황혼이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깨달았다. 만약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묘지에 있는 한 영국 성공회 주교의 비문입니다.
2020년 12월 31일과 2021년 1월 1일은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새해라 부르고 새날이라고 부릅니다. 새해와 새날의 의미가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변화하지 않는 새해는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살기위해 변화 돼야 합니다. 생명을 위해 변화되는 새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021-01-0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