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헤이스팅스는 스탠퍼드 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어느 날 비디오를 제때 반납하지 않아 붙은 연체료에 불만이 생겼다. 당시 비디오와 DVD 대여 업체 1위는 블록버스타였는데 빌린 비디오를 약속한 기일 안에 반납 안하면 연체료를 물어야 했다.
그러한 의문이 든 헤이스팅스는 1997년 비디오와 DVD를 우편이나 택배로 배달하는 온라인 비디오 가게를 차렸다. 그리고는 연체료를 없애 버리고 대신 구독료를 받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넷플릭스다. 인터넷(net)과 영화(flick)를 합한 이름이다.
10년 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자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는 가정에서 케이블TV나 컴퓨터를 통해 방송사나 공급사가 전송하는 대로만 영상물을 볼 수 있었는데 이마저도 별도의 셋톱 박스를 TV에 연결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와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로 원하는 영상물을 수동적이 아닌 주문형으로 선택해 볼 수 있게 한 거다. 스트리밍은 전송된 화일이 다운로드 없이 전송되는 대로 실시간 ‘물이 흐르듯 바로 볼 수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서 온라인 동영상을 셋톱박스 없이 초고속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하여 OTT (Over The Top), 셋톱박스를 넘어서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된 것인데 이로 인해 블록버스터는 파산했다.
이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에 들어오자 미국 드라마가 한국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망을 통해 전세계 안방극장을 공략하는 형국이 됐다.
드디어 이번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지난 달26일 현재 전 세계 76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시리즈 1위에 올랐다. 빚더미에 앉은 인생 막장에 부딪친 456명 중1등만이 상금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의 생존게임이다. 헌데 무척 살벌하고 잔혹하다. 최종 승자 1명에게는 456억 원이라는 상금이 주어지지만 탈락자 모두에게는 참혹한 죽음이 기다리는 ‘데스매치’이기 때문이다.
영화와는 달리 이 게임은 주로 1970-80년 대에 땅바닥에 오징어 모양의 그림을 그려 놓고 하던 어린이들의 놀이였다.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격돌적인 것이 ‘오징어 가생’(일본말로 '갓셍', 편을 나눠 싸우는 '합전'(合戰)을 뜻한다)이라고 한다. 아무리 그렇기로 어린이 놀이가 그렇게 비정하고 암울한 게임으로 탈바꿈을 할 줄 몰랐을 거다.
흔히 오징어는 적이 공격하면 먹물을 품어 연막작전을 쓰고 도망가는 유약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중에는 사기를 쳐 암컷을 유인하는 가 하면 가공할 포식자로 동족까지 해치는 사납고 무서운 종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징어는 ‘오적어’에서 변한 말이라는 설아닌 설도 있다. 오징어는 10개의 다리 중 긴 2개를 이용해 먹이를 잡을 때나 교미때 사용한다고 한다. 일례로 물 위에 죽은 듯 떠 있다가 까마귀가 달려들면 그 긴발로 잡아 먹는다는 거다. 해서 ‘까마귀의 적’이라해서 ‘오적어’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오징어 먹물로 글을 쓰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 상대를 속이거나 믿지 못할, 혹은 지키지 않는 약속을 ‘오징어 묵계’라고도 했다. 그러고 보면 오징어 게임의 이름이 우연인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아무튼 그럼에도 이제 K시네마, K팝을 넘어 K드라마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는 평가대로 모쪼록 문학이나 미술 등 순수예술로도 확장되길 기대해 본다.
2021-10-1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