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대지'로 193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 여사의 한국사랑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는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부모님을 따라 40년 가까이 중국에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한국을 가슴 깊이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 '살아 있는 갈대'에서 한국에 대해 이와 같이 예찬했습니다. "한국은 고상한 민족이 사는 보석과 같은 나라이다."
그녀가 남긴 유서에 보면 "내가 가장 사랑한 나라는 미국이고 다음으로 사랑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쓰여 있을 정도입니다.
'펄 벅'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1960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겪었던 몇 가지 경험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까치밥에 얽힌 일화인데 어느 날 그녀는 따지 않은 감이 감나무에 달린 것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저 높이 있는 감은 따기 힘들어서 그냥 남긴 건가요?" "아닙니다. 이것은 까치밥이라 하는데 겨울새들을 위해서 남겨 둔 거지요."
그녀는 그의 말에 너무도 감동하여 탄성을 지르며 말했습니다. "내가 한국에 와서 보고자 했던 것은 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었어요. 나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
우리 민족은 감이나 대추를 따더라도 겨울새들을 위해 까치밥을 남겨 두는 고상한 민족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봄철이 되어 씨앗을 뿌릴 때에도 이처럼 배려하는 마음으로 셋을 뿌렸다고 합니다. 하나는 새를 위해서 하늘에, 하나는 벌레를 위해서 땅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한마디로 미물들과 더불어 모두가 함께 나눠 먹기 위해서 셋을 뿌렸던 것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했다 하면서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먼저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 우리 선조들의 까치밥 문화를 통해서 공존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까치밥을 남겨두는 마음으로 이웃을 배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끝>
▣편집자주
지난 7년여동안 매주 목요일 마다 게재된 임지석 목사의 칼럼 '東西南北'이 필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늘로써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마치 ‘인생의 나침반'같은 의미있는 내용의 글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필자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2021-12-0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