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하루가 멀다하고 총기참사가 발생하면 슬픔과 분노가 반복되고 총기 규제와 관련된 정치적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지만 언제나 거기까지다. 2015년 10월 1일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정신병자나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사람이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미국뿐이 아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이런 총기난사 사건이 거의 두어 달마다 일어나는 선진국은 미국뿐이다. 총을 구하기가 이렇게 쉬운 나라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총기난사 사건은 일어난다. 하지만 미국의 총기에 의한 살상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26배나 높고 총기의 수가 전체 인구수보다도 많다. 그러한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총기소유의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CNN은 총기에 대해 세계 다른 몇 나라와 미국을 비교해 방송한 적이 있다. 또한 2016년엔 뉴스위크가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 총기면허 취득에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기도 했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우선 미국에선 사고가 날 때마다 언론이 언제나 범인의 정신적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만 한다는 지적이다.
그 말대로라면 2009년 총기 당 미국의 사고가 캐나다보다 12배나 되었다고 미국이 그런 나라들보다 정신병 문제가 12배나 많기 때문이냐는 거다. 허니 초점을 두어야 하는 문제는 그런 특별한 원인이 아니라 왜 그렇게 많이 발생하는가 하는 점이라는 말이다.
또 다른 이유로 흔히들 폭력영화나 혹은 폭력위주의 비디오게임 같은 이유도 핑계로 든다. 그러나 1억 3,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일본은 2012년 미국다음으로 비디오게임에 더 많은 돈을 소비했음에도 비디오게임과 총기관련사고에 대한 4건의 총기 사망만 있었다고 한다. 야쿠자들도 총기를 가지고는 있지만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것도 답이 아니라는 얘기다.
스위스인들의 총기 애착도 미국인 못지 않다. 국민 일인당 총기 소유율이 예멘과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3위다. 그런데도 스위스의 살인율은 미국의 1/6정도밖에 안된다. 총기에 대한 규제가 무척 엄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결국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실효를 못 보는 것은 물론 수정헌법 2조항과 총기 협회(NRA)의 로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인들 자체가 총기규제의 절대적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해서라는 분석이 내려졌다.
미국인들 의식 속에는 총기소유가 국민의 기본권이란 생각이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과 범죄자들이 총기를 손쉽게 구하기 때문에 총기규제가 시민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을 약화시킨다고 보는 견해다.
미국이 건국 출발부터 정치, 종교, 역사 등 여러면에서 다른 선진국과는 다르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미국 예외주의’가 총기에서도 여실히 들어나고 있는 한 무엇이 가장 안전한 길인지를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그것이 바로 최대의 비극인 셈이다.
거리와 공원, 쇼핑몰, 심지어 병원과 학교에서조차 사람들과 학생들이 총에 맞아 죽어가는 데도 아무런 대책없는 현실로 볼 때 총기에 관한 한 확실히 실패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거다. ‘In God, we trust!’가 아닌 ‘In Gun, we trust! 로 보이는 미국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2022-06-1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