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國富論)’에서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이지 타인의 행복과는 무관한 것처럼 이기심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명명했다.
240여년 후 스웨덴 저널리스트 카트리네 마르살은 자신의 저서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에서 잊은 게 한 가지 있다며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절반밖에 찾지 못한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 나머지 절반의 답이란 푸줏간, 양조장, 빵집 주인을 일터에 내보내기 위한 여성들의 ‘노동’을 말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위해 일하는 여성들의 노동. 이는 오랫동안 비(非)가시적이고 늘 존재해 있는 인프라로 간주돼 왔을뿐 자본으로 이어지지 않아 여성은 경제적 인간이 아니었던 거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들에게도 그들의 어머니나 누이같은 여성들의 보살핌이 있었을 것이고, 더구나 혼자 살았던 애덤 스미스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그의 어머니가 매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보살폈듯이 이들이 종일 무임금 가사나 육아를 담당해야만 했던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도 있었다는 얘기다.
거창하게 대가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까지도 없다. 수년 전 한국 사회에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처럼 가부장적 문화 속 갑(甲)들의 그늘밑에서 살아가는 현실의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 특히 명절때가 되면 제사 준비에 동참의 자격도 주어지지 않은 채 쉴틈없이 온갖 일을 떠맡는 우리네 며느리들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
그래서 결국 곪아 터지려는 걸까? 제사는 결국 서로간의 여러가지 이유로 갈등이 생기고 가족 불화의 원인으로까지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로 말미암아 점차 그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성인 절반 이상이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는 설문조사도 나오다보니 이를 의식해서인지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2일 제사 음식 간소화와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며 몇가지 수정 사항의 권고를 내 놓았다.
허나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는지 모르겠다. 2019년 기준 한국의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여성이 3.5배가량 더 일하고 있고, 전업주부 경우 육아와 집안일 등 무급 가사노동을 시장가치로 평가했을 때 여성들은 평생 남성들보다 약 91조6000억원치나 더 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성이 31세- 47세 사이에 흑자를 내는데 반해 여성은 25세 - 84세 사이에 흑자를 내는 것으로 볼때 여성은 평생 가사노동을 하다가 84세나 되서야 퇴직한다는 거다.
그렇게 볼때 마르살의 지적이 애덤 스미스의 또 다른 저서(도덕감정론)와 함께 그의 주장을 두루 아우르는 것과 다른 시각에서 본 일견일뿐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여성의 몫이 경제라는 수레를 굴러가게 해주는 한쪽 바퀴로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랄수 있어설 게다.
해서 마르살의 목소리가 더 비중있게 다가온다. 남성 중심 시장경제의 자리엔 여성이 없었고 이들은 언제나 남성의 그림자였을 뿐이라고 힐난하며 ‘공짜 점심은 없다’는 유명한 말에 한마디 덧붙인 일갈말이다. ‘공짜 돌보기는 없다.’
2023-11-2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