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으로 이민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대대적으로 이민자를 추방하고, 출생 시민권 박탈 등 적법절차를 중단하며,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 대한 법적 지위를 제한한다고 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은 연방과 주정부로 권한이 분점된 연방제 테두리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무엇이나 할 수 있는 그렇게 막강한 직책이 아니다. 만약 연방정책이 주정부와 충돌하게 되면 대통령이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트럼프 2기의 이민정책에 맞서서 이민자 친화적인 주정부와 도시들은 '피난처' 정책을 천명하면서 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성역권'(Sanctuary Jurisdiction)은 주 및 지방정부가 특정한 연방법의 집행을 거부하는 권리다. 이런 저항정책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이 연방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처럼 중앙집권적 단일국가가 아니라 주정부, 카운티, 시정부 등 여러 정부들이 권력을 공유하는 다층적 통치체제이다. 이런 연방시스템은 '헌법이 합중국에게 위임하지 않고, 각 주에 금지되지 아니한 권한들은 각 주나 국민이 보유한다'는 수정헌법 제10조에 근거한다. 즉, 연방정부는 특정한 고유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에 주정부는 중앙정부가 침해할 수 없는 광범위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보유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주정부에 명령할 수 없으며, 주 법률의 폐지를 강요할 수 없다. 이런 헌법적 권한에 의거하여 주정부는 '피난처법'을 제정하여 자체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런 주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대통령은 연방보조금을 협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피난처 정책을 채택한 주 정부에 연방 보조금 중단을 시도했다. 그러나 보조금 본연의 목적이 이민자 단속과 관련이 없으며, 보조금 중단은 주와 지방정부를 '강압하는' 행정명령이기 때문에 법원에 의해 대부분 기각되었다. 캘리포니아주의 '피난처 주법'도 트럼프 1기때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처럼 연방주의(Federalism)는 피난처법을 가능하게 하면서 월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더 나아가 지방정책들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보존하며, 지역 친화적인 정책들을 활성화 하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과 같이 매우 다양한 국가에서 연방권력에 의해 강요되는 독단적 정책은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정책 아래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민자들은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드는데, 경제적 기적을 이루는데 동역한 '일꾼들'이다.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미국은 이민자가 필요하고 그들로 부터 혜택을 받고 있다. 이민사회에 추방 공포를 확산하기 보다는 어눌하고, 가난하고, 갈 곳이 없는 그들을 품어주고 '도피성'을 제공하는 것이 기독교 국가인 미국의 마땅한 책무이다.
새 대통령은 연방주의 원칙을 인식하고 자신의 의지를 겁박하기 보다는 강력한 설득으로 주정부와 절충하고 타협해야 한다. 위헌적 행동으로 국민만 피해보는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대통령 자신이 '헌법의 사슬에 묶여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4-12-1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