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곧 국가다"

2000여 년 전 중국 진나라 상인 중에 여불위(呂不韋)라는 야망이 큰 대부호가 있었다. 어느날 정부 고위관리들의 모임에 갔다. 헌데 제 아무리 엄청난 재력가라 해도 장사꾼이라는 이유로 그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고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재물로는 실질적인 권력을 탐닉할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자신만의 왕을 만들어 권세를 잡을 엄청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는 인근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가 있는 자초 왕자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비록 그의 서열이 별 볼일 없을 정도로 한참 뒤로 밀린 신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불위는 그를 점찍고 전 재산을 건 말하자면 일생 최대의 도박을 한다. 이에 따라 본국의 큰 황후에게 인심을 사기 위해 재물을 아끼지 않고 로비를 하는 등 치밀한 공작을 이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천운의 기회는 오고 드디어 자초왕자는 본국에 돌아와 세자로 책봉되기에 이른다.
그런 와중에 일찍이 자초왕자에게 바친 자신의 애첩으로부터 아들이 태어나는데 이 아이는 실상 여부위의 씨앗이었다. 이 아이가 후에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이 되고 여불위는 상국(相國)이 되어 만인지상 일인지하에 오른다.
진시황은 통일 후 고대 중국 시조인 3황5제의 두 글자를 합쳐 ‘황제’라 했으니 이로써 ‘진나라에서 처음으로 황제가 시작한다’하여 그렇게 블려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신을 천하제일의 위치로 격상하고 그 누구보다도 높다는 것을 뽐내고 싶었던 것에 더해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짐(朕)’이라하고 그 어느 누구도 못쓰게 하였다. 여담이지만 프랑스의 루이 14세도 이를 본떴는지 ‘태양왕’도 모자라 ‘짐이 곧 국가다’라며 위세를 떨었다.
헌데 왕은 ‘짐’이란 말 외에 흔히 자신을 가리켜 ‘과인(寡人)’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과’란 ‘수가 적다’ ‘드믈다’ 혹은 ‘외롭다’란 뜻으로 ‘중과부족’이니 과부 혹은 과두정치 등 처럼 쓰인다.
허니 과두정치란 소수의 사람들이 경제적 부, 군사적 권력, 사회적 지위, 혈연 등의 수단으로 정치적 권력을 장악하고 다수를 지배하는 것을 말함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로마의 삼두정치다. 카이사르, 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 3인의 집권체제였다.
하지만 과두제는 이렇듯 고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정치적 논의의 주제이기도 하다.
마침 지난 15일 임기 종료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별사에서 현 정부를 일컬어 ‘군산복합체’의 위험에 빗대 ‘기술산업복합체’의 부상이라고 언급했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고별 연설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그것은 ‘군산복합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군산복합체’란 정부와 군, 군수업체, 학계의 상호의존 체계를 말한다.
바이든은 이제 여기에 기술력을 포함시켜 지나친 부와 권력, 기술의 영향력을 가진 과두제 ‘올리가키(oligarchy)’가 형성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것이 ‘우리의 민주주의,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 모두가 성공할 공정한 기회를 정말로 위협하고 있다’며 국가가 직면할 우려에 대해 경고한 것이다.
그의 이 발언은 극소수의 초부유층에 권력이 집중되는 위험성을 말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재력가 억만장자들의 결탁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제2의 여불위, 제 3의 상국들이 모여 주상과 상왕 그리고 태상왕의 모양새 속에 ‘우리 짐(朕)들이, 아니 우리 과인(寡人)들이 곧 공화국이다’라는 미몽에 매혹되는 건 아닐는지. 갑자기 아바(ABBA)의 노래가 떠 오른다. ‘이긴 자가 모든 걸 가져요 (The winner takes it all)!’

2025-02-0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