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경제지표 호조에 달러 강세 영향도…달러인덱스 98대로 상승
"3천500억달러 사실상 불가…현실화 땐 원화 급락, 亞 통화 동반 약세 가능성"
26일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장 중 1,410원대까지 올라섰다.
미국 경제 지표 호조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가운데, 한미 통상협상 불확실성까지 고조된 영향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대미투자금 3천500억달러는 '선불'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장 우려는 더욱 확대된 모양새다.
◇ 원/달러 환율, 장 중 1,412원 넘어…5월 15일 이후 최고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4원 오른 1,409.0원으로 출발한 뒤 장 중 1,412.1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5월 15일(장 중 고가 1,412.1원)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8월부터 1,380∼1,400원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으나 지난 24일부터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24일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을 뚫은 데 이어, 25일에는 주간 거래에서도 1,400원을 넘었고 야간 거래에서는 1,410원까지 넘어섰다.
최근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고, 미국 경제도 호조를 나타내면서 미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한 영향이다.
미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3.8%(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3.3%)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됐으며 지난 2023년 3분기(4.7%)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97선에서 거래되다가 지난 17일 96.212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이날 98대로 올라섰다.
◇ 통상협상 불확실성이 원화 가치 끌어내려…"亞 통화 동반 하락 가능성도"
한미 통상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최근 원화 가치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이 3천500억 달러(약 490조원)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무역 합의의 최대 쟁점인 3천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놓고 평행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우리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발언이 나온 것이다.
앞서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이행하느냐를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달러 현금을 한국에서 받아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투자 이익도 투자금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등 '일본식'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요구한 3천500억달러 전액 현금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환율이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요구한 3천500억달러 전액 현금 투자는 한국 경제 규모와 외환보유액 등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전액 현금 투자가 이뤄진다면 대규모 달러 유출로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대미투자 이슈가 해결되기 전까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미 통화스와프 없이 투자 협정이 완료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만약 그렇다면 원화 급락을 피할 수 없고 원화 약세는 아시아통화 동반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