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내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가? 내가 한 일이 즐거움을 주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때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래서일까? 그 행복을 잡기 위해 나는 고집이 세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루어 내고 만다. 나와의 싸움에서 절대 안 진다.
살찐 나를 절대 용서 못 하고, 공부 안 하고 나태한 나의 꼴을 절대 못 본다. 나에게 스스로 지지 않는 내 성격 때문에 가족은 힘들다. 그래서 항상 미안하다.
어린 시절 엄마는 나를 항상 “우리 복덩이”라고 불렀다. 엄마가 만들어 준 자신감과 평생을 발레와 함께한 나의 인생은 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다. 왜냐면 나는 발레를 진짜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클래식은 말 그대로 로마의 최고의 계급이듯 나를 최고의 귀족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발레공연을 보러 가거나 내가 무대에 설 때는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그 느낌과 분위기는 나를 공주로 만들고 나는 품위를 지키기 위해 공주처럼 행동한다.
언젠가 아침마당 라디오 인터뷰에서 발레를 하는 나는 공주라고 스스로 선언하고 특별하고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발레를 즐기는 최고의 감상법은 먼저 발레를 보러 가는 것이다.
지난주 ABT 발레단의 라바야데르공연을 뮤직센타에서 보았다. 십 년 전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을 보고 다시 보니 기대가 새로웠다. 3일간의 공연 중 이번에는 발레를 사랑하는 발사모 회원들은 각자 다른 날 공연을 보고 소감과 사진을 카톡에 올려주었다. 헬렌 씨의 라바야데르 공연리뷰는 전문가보다 더 디테일하게 소감을 써주었다. 같은 생각, 같은 뜻을 가지고 진지하게 토론한다. 우리는 마치 비밀결사대원처럼 말을 안 해도 눈빛만으로도 손끝부터 발끝까지 무언가에 푹 빠질 수 있는 는 공통점이 있다. 함께 즐기는 회원들이 있어 행복지수는 두 배로 올라간다.
발레단의 실력을 알려면 꼬르드 발레를 보라고 했다, 24명이 마치 하나가 된 듯이 3막의 그 유명한 망령의 왕국 신이 등장한다. 한 명씩 차례로 나와 아라베스크 풀리에 탄쥬 데리에 가장 기본적인 동작이지만, 동시에 한없이 어렵고 가장 발레리나스럽고 아름다운 동작을 무한 반복한다. 이때에 다리는 견고하게 절대 흔들리지 않으며, 등은 꼿꼿하면서 또 유연하여야 한다. 영혼의 끈 긴 스카프를 가운데에 두고 슬프게 애절하게 이승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춤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예술이 주는 감동은 마치 나의 삶과 오버랩되면서 내가 무대에 나간 듯 공연 내내 나의 발끝에 힘이 들어가고 코끝이 찡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이였을까?
미스티코프랜드의 감자티역의 발레를 내 눈으로 보았다. 헬렌 씨의 공연리뷰로 많은 공부를 했다. 3시간의 긴 공연이었지만 그날 저녁 난 행복 충전 200% 였다. 공연을 보고 오는 날은 새벽 한 시 반이 넘어도 잠을 항상 못 이룬다. 왜일까?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2018-07-24 02:2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