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학천<수필가·치과의>
히말라야 설산에 전설의 새가 살았다.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이다. 한쪽 머리 이름은 '가루다' 또 다른 머리는 '우바가루다'였다. 어느 날 우바가루다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가루다가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발견했다. 자고 있는 우바가루다를 깨울까 하다가 단잠을 깨웠다고 화를 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그냥 혼자 먹었다. 몸은 하나이니 어느 쪽이 먹든 같이 배가 부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잠에서 깬 우바가루다는 맛있는 것을 혼자 먹었다며 화를 내고는 복수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는 가루다가 잠이 들자 이틈을 타 우바가루다는 독이 든 열매를 먹었다. 가루다를 혼내 주려고 한 짓이었지만 독이 온몸에 퍼져 결국 둘 다 죽고 말게 되었다. 불교 일부 경전에 나오는 공명조(共命鳥) 즉, 운명을 같이 하는 새라는 뜻인데 공멸하는 운명의 새가 된 거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교수신문이 한 해를 돌아다 본 한국의 정치 사회상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는데 올해는 바로 '공명지조(共命之鳥)'다.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기는 잘 살 것이라는 생각하지만 이 때문에 자기도 죽게 되는 운명공동체임을 모르는 오늘의 한국 사회 분열에 대한 안타까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비단 한국 사회뿐 아니라 어느 공동체건 귀담아 들어야 할 미래를 위한 값진 교훈일 게다.
공명조가 공멸의 의미라면 이와 반대로 이해와 사랑으로 공생하는 상징도 있다. 바로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다.
비익조(比翼鳥)는 전설 속의 새이다. 이 새는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뿐이다 보니 암수 한 쌍이 한데 합쳐야만 양 옆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어 항상 둘이 붙어 다닌다 해서 날개를 나란히 하는 새란 뜻이다.
연리지(連理枝)는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땅 속에서 자라나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다. 해서 흔히 부부간의 사랑을 '비익연리(比翼連理)'라 하는데 이는 마치 부부가 비록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 연리지(連理枝)와 같이 한 몸을 이루고 비익조(比翼鳥)처럼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주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이 말은 당나라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지은 '장한가(長恨歌)'에 나온다. 당나라 현종은 양귀비에 빠져 정사를 등한시하다가 난이 일어나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워지게 되고 결국에 양귀비가 죽자 '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랬거늘'이라면서 남은 평생 그녀를 그리워한 것을 읊은 서사시다.
비익연리(比翼連理)가 한낱 경국지색의 이야기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현종의 마음이 그러했노라 읊어 전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아무튼 비익연리(比翼連理)는 한마디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는 상생을 의미한다. 헌데 비익조와 같인 한쪽에만 눈이 있어 짝을 이루어 사는 물고기도 있는데 이를 비목어(比目魚)라 한다. 해서 사람들은 하늘엔 비익조(比翼鳥), 땅에는 연리지(連理枝), 물속에는 비목어(比目魚)가 있다며 이들을 모두 '사랑과 이해 그리고 화합'의 모범으로 삼는다.
허나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더 크고 영원한 것이 있으니 그분께서 주신 선물이다. 사람들은 이를 위해 '하늘엔 영광, 땅 위엔 평화'를 기도하며 '사랑과 겸허 그리고 순종'을 배운다. 오늘은 그 분이 오신 전야다. 메리 크리스마스!
2019-12-2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