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역사가 시작된 후 수백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발레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먼저 발레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가늘고 긴 목과 팔과 다리, 우아한 몸짓으로 날갯짓하는 한 마리의 백조를 상상하게 된다. 발레 동작을 보면 아라베스크란 용어가 있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인간의 육체가 그릴 수 있는 가장 길고 아름다운 수평선의 포즈. 얼 뜻 보기에는 손과 다리를 들어 올리는 쉬운 동작인 것 같으나 막상 따라 해 보면 어깨가 올라간다든지 골반이 올라간다든지 무릎이 굽혀진다든지 어정쩡한 포즈를 만들게 되며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상체 등의 척추의 힘으로 움직임이 달라질 때마다 온몸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한 동작이 바로 발레의 아라베스크 동작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안 맨 (Vitruvian Man)처럼 발레는 황금비율로 조화된 인간의 몸을 가장 아름다운 선으로 표현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존재로 승화시켰다. “나는 느꼈어요. 완벽함을 느꼈어요. 나는 완벽했어요.” 무대 위에서 죽어가면서까지도 완벽함을 꿈꾸는 ‘블랙스완” 니나의 마지막 명대사처럼 백조이면서 흑조를 갈망하는 우리 인간의 심리적 내면의 세계의 표현일 것이며 완벽성에 대한 갈증을 담은 모든 예술가들의 몸부림일 것이다.
발레의 특징은 육체적으로는 지독하게 힘들지만,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땀 흘리며 수백 번이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존재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발레를 사랑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발레는 한 동작마다 최선을 다해야만 아름다운 선이 나오듯이 우리의 삶에도 목표를 세우고 신념과 의지로 최선을 다할 때 아름다운 삶을 가질 수 있다는 끊임없는 교훈을 받기 때문이다. 발레에는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롤로베동작은 끊임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몸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발목과 무릎 골반의 위치, 손끝 하나, 발끝 하나 모두 신경을 써야만 한다. 어느 한 곳이라도 어긋나면 자세는 흐트러지고 만다. 완벽한 순간을 위해 긴장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내 몸의 중심을 찾게 되고 강인한 의지를 배우게 된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발레는 단순한 기술의 습득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흔들리지만,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을 갖고 매사에 노력한다면 먼 훗날 내 삶을 뒤돌아볼 때 “나는 완벽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아름다운 인생의 아라베스크 포즈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완벽함을 꿈꾸는 발레리나의 블랙스완처럼….
2020-08-3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