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오페라 시즌 티켓을 산 덕분에 일트로바트로 오페라를 본지 한 달도 안되어 독일의 바그너의 “ 탄호이저”를 보게 되었다. 정말 긴 시간 동안 3막 공연을 한다. 웬만한 끈기 없이는 한자리에 앉아서 끝까지 보기 정말 힘들다. 얼추 보아도 100여 명이 넘는 출연진과 100여 명의 관현악단 웅장한 무대 스케일에 비해 공연이 너무 지루하다. 공연이 끝날 무렵에 주의를 돌아보니 객석에는 시작할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내 옆자리의 사람들도 2막이 끝나고 나서부터 안 보인다. 수많은 공연을 보았어도 오늘처럼 한산한 분위기는 처음인 거 같다. 모든 티켙은 일요일 티켙으로 구매를 했다. 평일은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에 보면 오페라의 아리아가 자장가처럼 들려 잠들어 버릴 거라 생각됐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2시에 시작한 오페라는 저녁 6시 30분이 되어 끝났다.
무려 4시간 반의 긴 시간의 오페라 탄호이저는 베누스와 엘리자베트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동안 나는 잠에 들지 않으려고 내 좌석의 좁은 공간 안에서 발레 동작을 열심히 한다. 발은 포인, 플랙을 열심히 하고, 손은 폴드브라를 하고 등과 목은 좌우로 캄블래를 하고, 몸의 자세를 크로아제 드방, 에파세드방, 에카르테 드방, 계속 바꾸면서 남에 눈에 띄지 않게 풀업과 턴아웃을 열심히 해본다. 나는 잠과 갈등을 겪으며 현실의 세계와 오페라 속의 상상의 이데아 세계를 정신과 육체의 이원론 현상을 대결하며 넘나 들었다. 그나마 탄 호시저 서곡이 너무 좋아 평상시 발레수업시간에 림바링할때 자주 쓰던 음악이라 낮이 있다.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 속에서 시작되는 멜로디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반복적인 음은 들으면 들을수록 참으로 낭만적이면서도 숨 넘어갈 듯하면서도 애처롭고 오묘하고 숭고해서 그 감정의 호소력은 춤을 추면 감정이 표현될 수 있어도 말이나 글로 표현이 안 된다. 이렇게 멋진 탄호이저 서곡을 15분 동안 들으며 무대 위의 발레리나와 함께 나는 춤을 추고 있었다.
언젠가 유튜브 음악강좌에서 탄호이저에서는 서곡 하나만 좋다는 말을 들은 거 같은데 정말 그런 거 같기도 해서 씁쓸한 마음이 무색하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현대사회는 미디어의 발달로 수많은 막장 드라마, 영화, 공상과학, 인터넷 게임에 익숙해져 있어서 뭔가 자극이 없으면 탄 호저와 같은 클래식은 고루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히틀러가 전쟁 시 바그너의 음악을 사용했다고 할 말 큼 바그너는 자신의 색깔이 확실하다. 무한 선율이라는 작곡기법을 사용하여 음악, 무용, 무대 연출 등이 서로 연결되며 통일되는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시하였다. 대본, 지휘도 직접 했다고 하며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은 16시간 공연이라 4일에 걸쳐서 한다고 한다. 바그너의 작품은 거의가 대작이라 잘 공연을 안 한다고 하는데 나는 이번에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며 위안을 한다.
매일매일 바쁜 일상 중에서 나는 긴 시간 공연 동안 잠시 모든 것을 잊고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021-11-0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