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
시린 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많은 날들까지
멈추지 않는 눈물과
더는 흐르지 않을 눈물 사이에서
내가 배운 것은
참는 것
견디는 것
기다리는 것
침묵하는 것
무심해지는 것
괜찮아, 라고 말하지 않는 것
괜찮아질 거야, 라고 믿지 않는 것
그렇게 다시 그렇게
먹먹한 가슴에 슬픔을 재우고
돌이 되는 것 그리고
힘들게 내밀었던 손을 거둬들이고
남은 사랑을 접는 것
단호하게 그렇게 끝내는 것
곽효환 시인은 시를 좋아하는 분들이면 잘 알 것이라 생각된다. 여러 문학상을 수상였으며 한국 문학적 발전에도 기여하였고 현재도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으로 애쓰고 있는 시인이다. 시인으로 쉽지 않은 무거운 자리를 잘 견뎌내고 있는 시인이다.
이 시는 그의 시집 ‘너는’에 수록된 작품이다. 읽어나가다보면 조금 혼동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지 의문도 생긴다.
하지만 몇 번 더 읽다보면 시인의 마음이 다시 느껴진다. 결국 그가 말하고 있는 여러 배운 것들을 배우고 나서야 그리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끝까지 밀고 나가서 돌이 된 후에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어설픈 위로나 매달림이 아닌 진정 단호한 끝맺음을 위한 돌진.
이제 곧 다시 시작될 계절의 시작에서 우린 어떤 결단을 하게 될까?
2024-02-2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