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이 ‘위기’라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처음 공개된 ‘국가 성적표(NRC)’에서 미국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점수 모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달 9월에 발표된 2024년도 학업성취도평가(NAEP) 결과에 따르면 고교 졸업반 학생 3명중 1명(32%)은 글을 읽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기초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수학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거의 절반에 달하는 45%가 기초 연산 능력이 없는 ‘기초 미달’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학이 더 심각한 이유는 그 과목이 누진적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 학습은 연속성이 중요한데 페데믹으로 인해 수업 중단과 결석률이 폭증했다. 영어보다 수학은 이런 학습 중단에 매우 취약하다. 읽기는 집에서 대화나 자발적인 독서 경험을 통해서 실력이 쌓일 수 있다. 하지만 수학은 한 단계가 누락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가 어렵다. 학부모는 이점을 명심하고 자녀의 부족한 부문을 찾아서 집에서 보충해줘야 학교 수업을 따라 갈 수 있다.
이번 시험점수 발표로 수학 교육에 대한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이같은 수학 성적 하락은 ‘기초 연산 강화’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는 전통주의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암기, 연산 능력, 명확한 공식 이해를 강조하며 ‘기초 연산이 부족하면 응용도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개혁주의 진영은 AI와 데이터 시대에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공식만 외우는 수학은 현실에서 쓸모없다’고 비판한다.
이런 찬·반 주장을 수차례 수정하고 조정하여 절충적 형태로 ’캘리포니아 수학 프레임워크(CMF)’가 2023년 채택됐다. 이 기준은 초등학교에서 기초 연산 능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컴먼코어 수학으로 창의력과 사고력을 중시하며 논술형을 겸비한다. 그래서 수와 연산, 분수, 대수 등 기초 개념을 놓칠 수 있다. 만약 기초 개념과 연산 기술이 부족하면 이후 학습에 지속적인 결손이 발생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학부모는 가정에서 보충학습으로 초등부터 수학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새로운 수학기준에 의하면 중학교에서는 가속화(Acceleration) 과정을 통해 Algebra 1 을 수강하여 고등에서 상위 트랙으로 진입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전통적 경로(Algebra → Geometry → Algebra II & PreCal → Calculus)와 통합 경로(Integrated Math I?III)를 모두 허용한다. 이 처럼 CMF는 통계와 데이터 과학을 인정하면서 STEM을 지망하는 학생은 미적분 수강이 가능하다. 이처럼 수학 과정이 학생 개개인의 속도와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형평성도 강조한다.
그 결과 학군과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경로와 트랙을 제공한다. 그래서 학부모는 재학 학교의 커리큘럼을 참조하여 자녀의 실력과 목표에 맞는 선택을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AI시대에 수학은 단순 계산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의 언어’로서 더욱 중요해졌다. 수학은 생각하는 힘이다. 학부모는 수학을 ‘시험 과목’이 아닌 ‘미래 기술의 언어’로 바라보도록 자녀를 안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