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에 올 때 비행기 안에서 겪었던 창피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당시 여승무원이 Chicken or beef? 하고 물어보는데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해서 당황을 했던 일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말인데 그 때는 왜 그리도 알아듣지 못했는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이 사건은 영어에 대한 저의 자존심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영자 주간지 '타임'을 끼고 다니지 않으면 팔불출 소리를 듣던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으로서 자존심에 엄청 상처를 입게 되었던 것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한국인들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사 하나를 접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교육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데 비해서 영어를 제일 못하는 민족에 속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기교육 바람이 불면서 유치원에서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듣게 됩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16년 동안 영어공부를 하게 되고 학교 공부도 모자라서 과외를 시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열심이라면 비록 유창하지는 않더라도 웬만큼 의사소통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영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서울의 초등학교마다 교실이 썰렁해 지는데 '영어 연수차 외유 중'이라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외유가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경쟁하듯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그들의 영어실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입니다. 이쯤해서 우리의 영어교육에 대한 잘못된 관행에 대해 진지한 깨달음이 있었으면 합니다. 필요이상으로 영어를 배우면서도 왜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공부만 반복하고 있느냐 하는 말입니다. 이제는 영어공부에 대한 자세가 바꿔져야 하는데 더 이상 공부를 위한 공부에 매달려서는 안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