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설마 했는데 도날드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승리와 함께 160년 전통의 공화당이 자살하는 것을 본다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또한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불가능할 것 같았던 쿠데타'라고 표현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공화당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 전체가 정체성을 잃어버린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간 트럼프는 하루가 다르게 반미국적인 가치들을 전파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해 왔습니다. 이런 것들은 일일이 나열하기가 창피할 정도로 미국의 건국정신에 반하는 일입니다. 증오와 편견, 헌법의 가치에 대한 경멸, 장애인과 여성의 폄하와 조롱,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 주장, 자신을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협박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것들 입니다. 심지어 그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무고한 테러 용의자의 친척을 적대시하는 극단적인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트럼프는 파시스트적이고 자기기만적인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생각들이 다수의 미국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트럼프의 막말 돌풍이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카타르시스 현상으로 번져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트럼프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요새 이런 사고방식이 미국은 물론 세계 도처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시대의 정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생각을 따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현실을 보면서 더 이상 정신적 지도자나 도덕적으로 존경 받는 지도자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해봅니다. 인류사회는 점점 도덕성을 잃어 가면서 자기기만적인 모습으로 변질되어 갈 것이라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