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아내를 잃고 일곱 살 난 어린 딸과 단둘이 살아가는 아빠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아빠를 생각해서인지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딸은 출근하려는 아빠에게 예쁜 편지봉투를 건네주었습니다. 아빠는 하루 종일 회의 등으로 너무 바빠서 퇴근 무렵 되어서야 겨우 봉투를 꺼내 보았습니다. 딸이 건네 준 봉투를 들여다보니 작은 메모지와 함께 오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아빠, 엄마가 없어서 힘들지? 아빠 양말 구멍 난 거 엄마처럼 꿰매 주지 못해서 미안해. 대신 그 동안 모아온 오천 원 줄 테니 양말 꼭 사 신어.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딸의 메모지를 본 아빠는 가슴이 터질 듯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곱 살 어린 딸이 아빠를 이렇게 깊이 생각해줄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는 이런 딸을 보면서 그간 아내를 잃고 상심해있던 삶에 힘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가족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아름다운 사연입니다. 한 가정을 통해서 가족이 된다는 의미는 내면 깊숙이 자리한 상처까지도 보듬어주고 공유하는 것임을 뜻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확실하고 완전한 치유의 공동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가정입니다.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가족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는데 가족은 삶의 근원이요 보약과 같은 것입니다. 저녁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가정을 생각하는 사람은 가정의 행복을 맛보고 인생의 햇볕을 쬘 줄 아는 사람입니다.
2017-06-1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