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학생인 제레미는 학비를 벌기 위해 한동안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그는 너무 가난해서 일터에 도시락을 싸가지 못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물로 배를 채우곤 했던 그에게 어느 날 인부 감독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내가 왜 이렇게 도시락을 많이 싸주는지 이해할 수 없구먼. 누구 나와 함께 도시락 나눠 먹을 사람 없나?" 제레미는 부끄러웠지만 감독에게 도시락을 나눠 먹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도 감독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를 돼지로 아나? 도시락 나눠 먹을 사람 오세요."
이렇게 해서 제레미는 점심을 거르지 않고 농장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농장 일을 그만둔 그는 감독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자리에 없어 할 수 없이 경리 담당 여직원에게 대신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뜻밖에도 감독의 부인은 오래 전에 죽고 없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소외된 이웃이 주변에 많아 이들을 돕는 일은 아무리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남을 도울 때 그 방법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돕고자 하는 사람의 언행에 따라서 때로는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의사는 병을 치유하기 전에 병으로 인해서 상함 받은 마음을 치료해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의 방법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해맑은 미소, 격려하는 말, 친절한 인사, 표시나지 않는 도움의 손길 등 모든 것들이 사랑을 향해서 내딛는 작은 발걸음들입니다.
2017-10-19 01:5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