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 목사·수필가
평생 시계 만드는 일에 헌신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성인이 되는 아들에게 손수 만든 시계를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계는 보통 시계와 다른 아주 특별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침은 동(銅), 분침은 은(銀), 초침은 금(金)으로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시계를 선물로 받은 아들이 그 이유를 묻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들아, 초침은 가장 중요하기에 금으로 만든 거란다. 초를 잃는 것은 모든 시간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거든."
사람들은 대체로 초와 같이 작고 사사로운 시간을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가 모여서 분이 되고 분이 모여서 시를 이루며 시가 모여서 날들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단거리 선수들이 1초를 백분의 일로 쪼개서 기록을 평가받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작은 것을 실천하기 전에는 큰 꿈을 이루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꿈도 작은 의지나 노력이 선행돼야 이룰 수 있습니다. 작은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뜻한 바 큰 일을 이룰 수 없다는 말입니다. 초침이 부단히 움직여 줌으로써 분침도 움직이고 이에 따라 시침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1초라는 시간은 눈을 깜박이는 것처럼 짧지만 삶의 전 과정이 이런 순간에 달려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2017-11-0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