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목사·수필가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가난한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열일곱 명의 자녀들 가운데 열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평소 아버지에게 주의를 들어오던 터에 어느 날 한참 다른 생각을 하다가 방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쳤습니다. 몹시 아파하고 있던 그에게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아들아 머리가 아프겠지만 오늘의 아픔을 잊지 않고 항상 머리를 낮추고 허리를 굽히며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거라."
몽골에 가면 몽골 사람들의 독특한 전통 가옥인 '게르'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게르는 문이 낮아서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출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잘나고 대단한 사람이라도 게르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는 곧 이웃을 방문할 때 겸손한 마음으로 행하라는 몽골 문화가 가르치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낮아지고 자신을 굽힌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그만큼 남에게 대접받기 원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먼저 낮아짐으로 섬기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비결이 됩니다. 내가 먼저 굽힐 수 있을 때 그만큼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겸손은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섬기겠다는 자기 확신의 표현으로서 자긍심을 더해줍니다. 높은 곳으로 비상하기를 원한다면 보다 낮은 곳에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017-12-1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