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은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존재 자체로 두려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재판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냉철한 이성과 객관적인 판단력을 필요로 합니다. 정의의 여신으로 불리는 유스티치아 (Justitia)를 표현한 조각상들을 보면 한 손에는 법의 힘을 상징하는 검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법의 엄격함을 상징하는 천칭을 들고 있습니다. 중세 이후에는 그 상징이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 바로 법의 공정함을 상징하는 눈가리개입니다.
미주리주의 제임스 허킨스 페크 판사는 14년의 재직 기간 중 헝겊으로 눈을 가리고 재판장석에 나왔다고 합니다. 그는 판결을 내린 다음 재판이 끝나면 눈을 가린 헝겊을 풀고 멀쩡하게 걸어서 법정을 나서곤 했습니다. 그가 재판을 할 때 눈을 가렸던 이유는 유스티치아 여신상이 눈가리개를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내가 법정에 들어설 때 눈을 가리는 이유는 사람들을 보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원고나 피고 혹은 증인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나 자신도 모르게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해관계 속에서 법을 다루다 보면 이를 공정하게 집행할 수 없습니다. 친절하게 듣고 빠진 것 없이 대답하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공정하게 판결하는 것이 재판관의 네 가지 구비요건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있는 감정과 이성 또한 무시할 수 없기에 마음으로 눈을 가림으로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법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집행하느냐 하는 법정신이 이 땅에 정의를 세워나가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8-07-2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