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우주의 근본이고 삶의 원천이다. 희랍의 철학자 탈레스는 우주의 근본을 불과 물이라고 했고, 동양의 음양오행설에서는 화, 수, 목, 금, 토를 지구의 근원으로 이해하면서 화요일, 즉 불의 날도 생기게 되었다. 모든 우주의 별들이 불덩어리인데 인간이 살고 있는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도 사실은 엄청난 열과 빛을 발하는 큰 불덩이에 불과하다. 그 옛날 불을 숭배했던 페르샤의 조로아스토교나 중국의 배화교(拜火敎)를 믿는 사람들이 왜 불을 숭배하게 되었는지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신앙과는 별개로 여러 특성 때문에 불은 사람들을 들뜨게 하여 캠프파이어에서 사람들이 평소보다 열광하고 촛불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불은 무엇보다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에너지 원이고 인류문명을 가능케 하는 도구이다.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가 누리는 과학과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고 만물의 영장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렇듯 불은 엄청난 힘을 지녔기 때문에 잘 관리만 하면 인간에게 한 없는 혜택과 축복을 가져오지만 그것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때에는 말할 수 없는 재난과 저주를 불러오기도 하며 자칫 잘못했다간 인류의 종말까지 불러올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미미하기만한 북한이 오늘 전세계의 우려와 두통거리가 되고 있는 이유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의 힘(원자탄) 때문이 아닌가?
얼마전 캘리포니아주를 초토화시킨 산불을 지켜보면서 새삼스럽게 불의 위력을 다시금 실감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산불의 잔인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난데 없이 홈리스 피플이 되어 고통 중에 있는 피해자들을 생각할 때에 연민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아이로닉하게도 이번 산불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이름이 파라다이스(낙원)이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이어서 나름대로 멋진 집을 짓고 안전하고 쾌적한 마을을 조성하고…기후까지 기가 막혀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야말로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했던지 도시 이름을 파라다이스라고 명명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한 순간에 집은 물론, 그토록 아끼던 모든 것들이 불타버리고 거리에 내쫓기는 신세가 돼버리고 말았다. 역시 세상 어디에도 파라다이스는 없으며 낙원처럼 보이는 것들도 결국은 불타버리고 말 것들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실이 그러한데도 인간은 끊임없이 헛된 단꿈에 젖어 지상에 파라다이스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성경은 이러한 인간의 우매와 사악을 결코 용인하지 않으시고 불의 심판으로 그들의 의도를 반드시 수포로 돌아가게 하시겠다고 하신다. 그 옛날 죄악으로 가득했던 소돔과 고모라를 위시한 도시들을 불로 심판하셨던 역사적 사실에서 교훈을 받았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지상낙원을 건설하려는 헛된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간에게 성경은 이러한 경고를 주신다.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서 땅에 쏟아지매 땅의 삼분의 일이 타서 사위고 수목의 삼분의 일도 타서 사위고 각종 푸른 풀도 타서 사위더라" (계 8:7)
2018-12-2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