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사들이 종종 혼자서 바둑을 두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은 이를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복기를 하고 있습니다. 복기란 이미 끝난 바둑의 승부를 바둑판 위에서 한 수씩 그대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승패를 떠나 다시 분석함으로서 차후에 있을 승부에서 밑거름을 삼거나 명인의 명승부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복기를 합니다. 그들은 또한 이러한 복기의 과정을 통해서 그만큼 자신의 바둑을 진전시킬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바둑을 두는데 있어서 보통 한 번의 승부에 두는 수가 평균 400개나 된다 합니다. 이는 곧 복기를 하는 바둑 기사가 400번의 착점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상대방이 두는 순서까지 기억하며 그대로 재현하는데 기사들은 이처럼 복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오래 전에 두었던 바둑이나 유명 기사들의 명승부를 외워서 복기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이러한 사실을 신기하게 여긴 기자가 프로 바둑 기사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는데 한 사람이 이처럼 대답했습니다. "대국할 때 한 수 한 수 모두 의미를 가지고 두기에 가능합니다. 첫수만 기억하면 나머지 수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은 선택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선택은 길이 기억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선택의 의미를 현명하게 인식하며 살아간다면 훗날 인생을 복기하는데 있어서 아름답게 돌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인생은 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채워져야 하는 것임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덧없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무엇으로 채워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복기를 쉬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자신 있게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것입니다.
2019-10-03 00:00:00